사진: 12일 이창용 한은 총재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금통위 최종 기준금리 전망 3.5%와 뒷말들
이미지 확대보기[뉴스콤 장태민 기자]
이창용 한은 총재가 12일 금통위의 비밀을 공개하면서 채권가격이 급등했다.
총재가 공개한 금통위 비밀은 '금통위원들이 3.5% 정도를 터미널 레잇으로 본다는 것, 심지어 그 보다 낮게 보는 사람도 있다는 점'이다.
예상대로 한은이 기준금리 50bp 인상을 단행됐지만 예상과 달리 소수의견이 2명이나 있었던 이유는 금통위원들이 보는 최종 기준금리가 지금 금리보다 단지 0.5%p 더 높기 때문이기도 했다.
■ 채권시장 관계자들, 금통위원들이 보는 최종금리가 3.5%라면 가격 메리트 커
다음달 금리인상 폭은 불확실하다. 대외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이 총재도 다음 달에 25bp, 50bp 중 어떤 폭을 선택할지 지금으로선 말하기 어렵다는 태도를 보였다.
금통위 전 2~10년 국고채 금리가 4.3%를 넘어섰으나 이날 시장금리는 급락한 상태다. 우선 최종 기준금리 3.5%를 신뢰한다면 금리를 더 못 뺄 것도 없다는 진단이다.
A 증권사의 한 딜러는 "오늘 랠리를 벌였지만 최종 기준금리가 3.5%라면 더 내달려야 한다"면서 "오늘 확인한 점은 금통위 내에 의외로 비둘기들이 입지를 구축하고 있었다는 점"이라고 했다.
이창용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굳이' 일부 금통위원은 최종 기준금리를 3.5%보다 낮게 보고 있다는 사실을 전하기도 했다.
아무튼 전체적으로 최종기준금리가 저 정도 수준이라면 가격 메리트는 꽤 크다는 평가가 많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미 기준금리 격차 100bp를 근거로 3.75~4.00% 수준의 기준금리 가능성을 반영한 시장금리가 가격 메리트 정도는 확보했다는 판단"이라고 밝혔다.
다만 최근 채권시장 심리가 많이 훼손된 데다 여전히 대외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을 감안할 때 최종 기준금리를 반드시 3.5%에 앵커링 시키고 접근할 필요는 없다는 진단도 보였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한은 총재가 다수 금통위원이 3.5% 수준의 터미널 레이트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한 것은 정확히 3.5%가 아닌 해당 레벨의 아래, 위로 의견이 분화돼 있는 현실을 인정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이 때문에 우리는 내년 1분기까지 기준금리 3.75%를 인정하고 운용하는 것이 편하다고 본다. 대내외 사정에 따라 3.50%에 그칠 가능성도 고려하길 권고한다"고 했다.
■ 3.5%라면 지금 금리 메리트 크다...다만 금통위 발언 크게 신뢰 안해
하지만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에서 한은 총재의 발언에 '매우 큰' 의미를 부여해선 안 된다는 지적들도 적지 않다.
B 증권사 딜커는 "일단 오늘은 장이 많이 강해져서 지금 사고 싶진 않다"면서 "총재의 발언을 크게 신뢰하기 어렵다는 점도 있다"고 말했다.
C 증권사 딜러는 "총재가 제시한 3.5%가 최종이라면 무조건 사야 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미국 CPI를 앞두고 있어 조심스럽다"면서 "크레딧은 여전히 안 들어간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환율 등 봐야 할 게 많다. 이번주 미국 CPI가 분수령일 듯하다"면서 "이러다 보니 오늘 한 단계 강해진 수준에서 공방이 오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날 국고2~10년이 금리가 모두 4.3% 위에 있었으나 이날은 4.1%대로 내려온 상태다. 국고30년 금리는 3.9%대 초반 수준으로 내려왔다.
■ 처음엔 쉬원쉬원해서 좋았는데...
올해 4월 이주열 총재의 임기가 끝난 뒤 이창용 총재가 취임한 뒤엔 그의 직설화법이 상당히 좋은 평가를 받은 바 있다.
하지만 이 총재가 특별한 변화만 없으면 25bp씩 올리겠다고 한 뒤에 얼마 지나지 않아 50bp 인상을 시사하면서 총재는 많은 비판을 받았다.
최근 한은 총재는 포워드 가이던스가 '조건부'였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지만, 이자율 시장은 시원시원한 화법이 좋은 게 아니었다는 점을 거론하기도 했다.
C 딜러는 "처음엔 말을 시원시원하게 하니 다들 좋아했다. 하지만 나름의 한계도 뚜렷했으며 경험치가 없는 게 점점 더 여실히 드러나는 느낌이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급변한(?) 총재의 화법을 문제 삼는 모습도 보였다.
D 증권사 딜러는 "그간 총재의 발언과 비교할 때 오늘은 너무 비둘기적이었다"면서 "이주열 총재의 '핵심 없음'을 많이 비판했는데, 이창용 총재가 점점 하버드를 나온 이주열 학생이 돼 간다는 느낌도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아무튼 금통위원들의 최종 기준금리 전망이란 것도 믿을 게 못 된다. 미국 금리가 4.5%에서 멈출지 그들이 어떻게 알겠느냐"라고 했다.
이어 "금리 수준과 최종기준금리만 보면 무조건 사는 게 맞다. 하지만 미국 소비자물가가 예상보다 높게 나오면 어떻게 하느냐. 지금 단기물 사정도 안 좋고 자본 유출도 어떤 식으로 작용할지 모른다. 금리차 100bp도 충분한 것인지 아닌지도 알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런 가운데 일부에선 한미금리차, 환율 등을 중시한 통화정책을 비판하기도 했다. 금통위가 교과서와 엄연히 다르게 움직이는 한국 시장을 책에다 꿰 맞추고 있다는 평가였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환율은 금리차 요소에 영향을 받고 수입물가 상승을 통해 물가 불안을 야기시키므로 한은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은 이 경우 기준금리를 더 올려야 한다고 알고 있다. 이번 빅스텝도 이런 일반적인 믿음에 의거해 이뤄졌다"면서 "그러나 이런 믿음은 잘못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교과서와 달리 한미 금리차는 환율과 관련이 없거나 오히려 한국 금리가 높을 때 원화가 더 약하다"면서 "그 원인은 달러/원 환율이 금리차가 아닌 글로벌 수요와 한국의 성장 매력도로 결정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외국인이 한국에 투자여부를 결정할 때 한국 금리는 고려사항이 아니다. 그들에게는 오로지 연준의 금리만이 중요하다. 특히나 금리차 역전은 감내해야할 성질의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수용해야할 성질의 것이다. 한국 사람이 베트남에 투자할 때 베트남 금리가 한국보다 낮으니 투자를 회수해야한다고 생각하느냐"고 했다.
자료: 3시30분 현재 국채선물, 국고채 금리..출처: 코스콤 CHECK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금통위 최종 기준금리 전망 3.5%와 뒷말들
이미지 확대보기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