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콤 장태민 기자] 지난 주말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8월 고용보고서에서 비농업 일자리가 31.5만개 증가했다. 이는 시장 전망치인 30만개 내외 수준보다 약간 많은 것이다.
하지만 미국채 금리는 6일만에 하락했다. 고용지표의 일자리수 헤드라인보다 실업률 상승, 시간당 임금 상승률 둔화 등을 보면서 인플레이션 둔화 가능성에 무게를 둔 것이다.
8월 실업률은 3.7%로 전월 3.5%보다 높아지며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8월 시간당 평균임금은 전월대비 0.3% 상승해 예상치(+0.4%)를 밑돌았다. 전년대비로는 5.2% 올라 예상치 5.3%를 하회했다.
인플레이션 둔화, 더 나아가 고용이나 경기 둔화로 향후 연준의 긴축 강도가 약해질 수 있다는 전망들이 고개를 들었다.
■ 美고용, 금융시장에 인플레 둔화 가능성 시그널링
미국채10년물 금리는 2일 6.49bp 하락한 3.1969%, 국채30년물 수익률은 1.90bp 떨어진 3.3457%를 기록했다. 국채2년물은 11.40bp 속락한 3.3976%, 국채5년물은 10.30bp 급락한 3.2962%를 나타냈다.
미국 이자율 시장은 고용지표를 통해 단기구간 위주로 상당폭 레벨을 낮췄다. 이는 연준의 긴축 강도가 약해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다.
주식시장도 고용지표를 반겼다. 고용지표 발표 후 공격적 긴축베팅 전망이 약화되자 주가는 반등으로 반응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주식시장 분위기를 달라졌다. 뉴욕 주가지수는 장 후반부에 하락 전환했다. 시장 일각에선 이번 고용지표가 당장 9월 금리 결정을 바꿀 만큼 의미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견해를 제시했다.
금리에 민감한 나스닥은 미국채 금리 하락에도 불구하고 결국 154.26포인트(1.31%) 내린 11,630.86로 장을 마쳤다. 나스닥은 특히 지난 2019년 이후 처음으로 6일 연속 내림세를 이어갔다.
잭슨홀에서 파월 연준 의장이 상당히 매파적으로 나왔기 때문에 당장 연준이 방향을 튼다는 것을 기대하긴 어렵다. 다만 각 시장들의 엇갈린 반응에도 불구하고 인플레 둔화 신호가 나온 점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BoA의 마이클 게이펀 연구원은 "물가 압력 요인 중 하나인 임금 상승세가 둔화되고 있다"면서 "9월 미국 금리인상 폭이 75bp가 아닌 50bp가 될 수도 있다"고 관측했다.
■ 美 고용보고서에서 눈에 들어온 것...늘어난 '경제활동참가'
그간 미국에선 노동 공급이 늘어나는 데 한계를 보였다.
노동 공급이 부족해 구인난이 이어지고 노동자가 우위에 서는 양상이 나타나면서 임금이 상승 압력을 받았다.
하지만 이번 지표에선 경제활동참가율이 62.4%로 지난 3월의 고점 수준까지 반등했다.
코로나 위기 이전에 63.4% 수준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직 더 가야하지만 노동공급이 늘면서 임금 상승 압력이 완화됐다. 아울러 이런 변화는 고용시장 연착륙 기대감을 높이는 측면도 있다.
박성우 DB금투 연구원은 "미국 고용지표에선 코로나 위기 이후 회복과정에서 이례적으로 발생했던 노동 수급 불균형, 그리고 그 불균형이 유발했던 인플레 압력이 균형 수준으로 돌아가려는 신호가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번 고용보고서에서 가장 고무적이었던 지표는 경제활동참가율이었다. 경제활동참가율이 반등, 즉 노동공급 증가효과가 임금 상승률 둔화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노동 공급이 늘어 월간 임금상승률이 지난달 0.5%에서 0.3%로 둔화됐고 월간 0.2~0.3%의 임금상승률은 코로나 위기 이전 2% 부근 인플레이션 시기의 평균적인 임금 상승속도라는 점을 감안할 때 향후 물가 압력 둔화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연구원은 실업률이 3.7%로 올라간 것과 관련해선 "경제활동인구의 큰폭 반등에 기인한 것으로 과도하게 빡빡했던 노동 수급 불균형의 완화로 해석하는 게 옳다"고 진단했다.
노동 공급 확대 속에 인종별로 히스패닉과 흑인 근로자들 실업률이 더 올라간 것도 눈길을 끌었다. 히스패닉과 흑인의 실업률은 각각 4.5%, 6.4%로 지난 7월(3.9%, 6.0%)보다 큰 폭 상승했다. 특히 여성 근로자들의 실업률이 7월 2.6%에서 8월 2.8% 소폭 오른데 그친 반면 흑인 여성 실업률은 7월 5.3%에서 8월 5.9%로 큰 폭 상승했다.
균형성장센터(CEG)의 미첼 홀더 연구원은 "흑인 노동자들이 이질적인 미국 고용시장 내에서 타격을 받고 있다. 이번 8월 고용지표를 시작으로 향후 수개월에 걸쳐서 고용시장이 둔화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면서 "특히 연준이 고강도 긴축을 지속하면 고용시장 둔화세가 더욱 심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그러면서 "이 같은 실업률 상승엔 고용 참여가 대거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이는 희망적 신호로도 볼 수 있다"면서 "실업률이 높아졌다는 사실은 그 자체만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 경제활동 참가 확대...통화긴축 완화 기대감으로 연결
미국의 8월 고용지표에선 경제활동참가율이 전월대비 0.3%p 오른 62.4%를 기록하며 노동 공급 개선이 확인됐다.
경제활동참가율 개선에 비례해 취업자 증가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실업률은 전월대비 0.2%p 오른 3.7%를 기록했다.
일단 노동 수요와 공급 간 미스매치 해소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임환열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8월 고용지표에선 타이트한 노동 수급의 완화가 나타나 긴축 경계감도 약화됐다"면서 "노동 공급 확대가 재개 시 연준의 긴축 정책 효과와 함께 임금 상승세 둔화가 나타날 것이며, 일단 8월 고용만 본다면 연준의 정책금리 인상 속도 조절도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그는 다만 "잭슨홀 미팅의 파월 연준의장 발언 등 연준의 정책 기조를 감안하면 소비자물가가 안정되기 전까지 9월 75bp 인상 가능성은 잔존한다"고 평가했다.
ING의 제임스 나이틀리 연구원은 "연준이 9월에는 예상대로 금리를 75bp를 올릴 수 있다. 다만 그러더라도 고용지표를 감안할 때 이후 인상 속도가 완만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CPI 등 주요 지표를 추가로 확인할 필요가 있는 가운데 최근 경제지표들의 흐름을 보면 인플레 둔화 가능성을 감안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8월 ISM제조업 지표는 투자 중심의 경기하강 진행과 생산자물가 압력이 빠르게 완화되고 있음을 확인시켜줬다"며 "이후 미국의 8월 고용은 노동공급 증가에 따른 임금 상승세 둔화를 시사했다"고 풀이했다.
그는 "앞으로 통화정책은 인플레이션과 더불어 노동시장, 경기 데이터를 모두 고려해 결정될 것"이라며 "만약 미국 8월 CPI가 전년대비 8%대 초반 수준으로 내려가는 것이 확인될 경우 9월 FOMC의 50bp 인상, 즉 감속이 기정사실화되는 그림이 완성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자료: 신한금융투자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美고용에 나타난 노동공급 효과
이미지 확대보기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