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11-01 (금)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CPI 상승률 큰폭 둔화...경계감 풀리기 원치 않는 한은

  • 입력 2022-09-02 11:04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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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큰폭으로 둔화됐다.

2일 통계청에 따르면 8월 소비자물가는 전년비 5.7% 올라 6월(6.3%)에 비해 상승폭이 축소됐다. 전월비로는 0.1% 떨어졌다.

통계청은 "전년동월비 물가는 공업제품, 서비스, 농축수산물, 전기·가스·수도가 모두 상승해 전체 5.7% 상승했다"며 "전월비는 서비스, 농축수산물, 전기·가스·수도는 상승하였으나 공업제품이 하락해 전체 0.1%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최근 한은 총재나 정책당국자 등이 8월 물가 상승률이 7월보다 떨어질 것이란 언급도 한 가운데 일단 전년비 상승률이 6% 아래로 내려오고 전월비로는 올해 들어 처음으로 하락한 것이다.

근원 물가 오름세도 다소 둔화됐다.

농산물및석유류제외지수는 전년동월대비 4.4%, 전월대비 0.2% 상승했다. 식료품및에너지제외지수는 전년동월대비 4.0%, 전월대비 0.3% 올랐다.

■ 물가, 석유류 하락이 둔화 견인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대 중후반으로 둔화된 데는 석유류 등 공업제품 상승률이 큰 영향을 미쳤다.

국제유가 하락 등 영향이 석유류 가격에 본격 반영되면서 가격 오름세 큰 폭으로 둔화된 것이다. 전년비 석유류 상승률은 35.1%에서 19.7%로 둔화되면서 전체 물가 상승률을 제어했다.

농축수산물은 비축물량 방출, 할당관세 도입 등으로 축산물·수산물 가격 상승폭이 축소되면서 가격 오름세가 소폭 둔화됐다. 지난 7월 7.1% 오른 뒤 8월엔 7.0% 상승으로 약간 둔화됐다.

다만 개인서비스는 여름 성수기 수요 증가 등으로 외식 오름세가 약간 확대되고 외식외의 대면업종 중심으로 상승세가 이어져 7월 6.0%에서 8월 6.1%로 소폭 올랐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석유류 제외)는 오름세가 4.5%에서 4.4%로 약간 둔화됐다.

근원물가는 계절적 요인이나 일시적인 충격에 의해 영향을 크게 받는 농산물 및 석유류를 제외한 물가상승률로 전체 458개 품목 중 농산물과 석유류 관련 품목을 제외한 401개 품목으로 구성돼 있다.

■ 정부, 물가대책 성과 홍보하면서 물가안정 최선의 노력 약속

물가 상승 기여도를 보면 석유류의 경우 지난 7월 1.6%p였으나 이번엔 0.9%p로 크게 축소됐다. 석유류 덕분에 공업제품의 물가 상승 기여도는 3.1%p에서 2.4%p로 축소됐다.

나머지 품목들은 대체적으로 7월과 비슷했다. 결국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석유류 가격 하락이 물가 둔화를 이끈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엔 정부가 유류세 인하 등을 통해 물가 압력을 낮춘 부분 등도 영향을 미쳤다. 정부는 일단 성과를 홍보했다.

기재부는 "8월 소비자물가 하락(전월비)은 연중 물가상승을 견인해온 석유류 가격이 하락한 데 주로 기인하며, 이는 국제유가 하락과 함께 유류세 인하 등의 노력이 결부된 결과"라고 밝혔다.

두바이유 가격은 올해 1월 83달러, 2월 92달러, 3월 111달러, 4월 103달러, 5월 108달러, 6월 113달러, 7월 103달러를 기록한 뒤 8월엔 97달러를 기록했다.

기재부는 또 "상반기 중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밥상물가 오름세를 견인했던 축산물도 6~7월 할당관세 적용 이후 다소 안정화됐다"고 자평했다.

다만 향후 명절 성수기 수요 증가, 국제 원자재 가격 변동성확대 등 물가 불안요인이 남아 있는 만큼 경계감을 풀지 않고 정책적 노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방기선 기재차관은 "여전히 높은 수준의 물가 상승률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경계감을 늦추지 않고 물가·민생의 조속한 안정화를 위해 모든 정책노력을 지속할 계획"이라며 "당면한 명절 성수기 수요 확대와 향후 국제 원자재 가격의 향방 등 잠재된 물가 불안요인에 대해서도 면밀히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밝혔다.

차관은 "추석 물가부담 경감을 위해 20대 성수품 공급계획을 역대 최대규모인 23만톤으로 늘렸다. 9월초 성수품 장보기 집중에 대비해 8월말까지 누적 16.7만톤을 선제적으로 공급해 당초 계획했던 15.9만톤 대비 105%를 공급했다"면서 "배추·무, 양파·마늘, 감자 등 전년대비 가격이 높은 품목에 대해선 비축물량을 활용해 추석 직전까지 약 4천톤 규모의 공급을 추가 확대할 것"이라고 했다.

■ 한은, 경계심 풀지 말라는 메시지 전달

한국은행은 이날 아침 소비자물가가 나온 뒤 물가상황점검회의를 개최했다.

그러면서 긴장이 풀리지 않길 바라는 모습을 보였다.

이환석 한은 부총재보는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비 5.7%)은 석유류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7월(6.3%)에 비해 상당폭 낮아지며 6%를 하회하였는데, 이는 지난주 금통위(25일) 당시의 예상에 부합하는 수준"이라고 했다.

휘발유 가격이 전월비 12.4%, 경유가 10.0% 하락한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 부총재보는 헤드라인 물가 상승률이 크게 둔화됐지만, 근원물가가 별로 빠지지 않았다는 점을 거론하면서 물가 관련 긴장감이 누그러지지 않길 바라는 모습이었다.

부총재보는 "근원물가(7월 3.9%→8월 4.0%)는 수요측 물가상승압력이 이어지면서 외식 등 개인서비스 품목을 중심으로 오름세가 다소 확대됐다"고 지적했다.

근원물가 중 농산물및석유류제외지수는 0.1%P 하락했으나 식료품및에너지제외 지수는 0.1%P 올랐다. 부총재보는 소폭 오름폭을 확대한 후자를 언급하면서 물가 경계감을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소비자물가는 상당기간 5~6%대의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향후 물가 전망경로 상에는 우크라이나 사태 전개 양상, 국제유가 추이, 기상여건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다"고 밝혔다.

■ 이자율 시장, 물가 둔화 반기면서도 한은 기대인플레 차단 발언엔 '움찔'

이날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예상보다 큰 폭으로 둔화되면서 채권시장은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다만 한은의 매파적 발언 등에 움찔하는 모습도 보였다.

10년 국채선물 가격은 물가 상승률 둔화 등으로 110.09가지 오르는 모습을 보였으나 장중 109.54까지 떨어지는 등 변동성을 나타냈다.

증권사의 한 딜러는 "물가 상승률이 예상보다 둔화된 것은 고무적"이라며 "다만 한은은 계속 물가에 대한 경계감을 풀지 말라는 메시지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딜러는 "CPI 둔화로 시장이 갭업 시작했지만 한은이 기대인플레를 낮추기 위한 것인지 시장에 우호적인 멘트를 하지 않았다"면서 "여전히 시장의 심리는 부진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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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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