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11-01 (금)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Higher for longer

  • 입력 2022-08-29 11:27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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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11시11분 현재 국고채 금리, 출처: 코스콤 CHE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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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고물가로 인해 높은 금리를 장기간 유지할 수 있는 'Higher for longer'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잭슨홀 심포지엄을 통해 각국 통화정책 위원들이 매파적인 발언을 쏟아낸 가운데 이젠 인플레이션 피크아웃 시점이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빨리 물가상승률을 낮추느냐가 관건이 됐다.

벤 버냉키, 재닛 옐런이 연준 의장을 할 때 물가가 제대로 오르지 않아 낮은 금리가 지속되는 'Lower for longer' 시대가 이어졌다면, 이젠 Higher for longer 시대가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상태다.

지난주 금통위에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시장 기대를 뛰어넘는 매파적 발언을 통해 물가안정을 강조했으며, 잭슨홀까지 가서도 강도높은 인플레 퇴지 의지를 드러냈다.

지난 FOMC에서 경기를 걱정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내년 금리인하 기대감의 빌미를 줬던 파월은 잭슨홀에서 짧고 굵은 반성문을 썼다. 뒤늦게 좌고우면하지 않고 인플레 퇴치에 집중하겠다는 모습을 보였다.

■ 잭슨홀의 연준 의장 '7월 FOMC 실수에 대한 반성문 작성...짧고 굵게 발언'

파월 의장은 현지시간 26일 잭슨홀 연설에서 중앙은행의 물가안정 책무는 '무조건적'이라고 강조했다.

지금은 통화긴축을 중단할 여력이 없으며 역사는 섣부를 긴축 완화를 경고하고 있다고 했다.

높은 금리가 미국 경제성장 둔화와 노동시장 약화를 초래할 수 있으나 물가안정을 회복하지 못한다면 결국 경제는 더 큰 고통을 겪을 수 있다는 점을 어필했다.

파월 의장은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 주최로 열린 연례 경제정책 심포지엄에서 "멈추거나 쉬어 갈 때가 아니다. 물가안정을 위해 경제에 부담이 될 만큼 높은 금리를 유지하겠다"면서 "또 한 번 이례적으로 큰 폭의 금리인상이 적절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고 말했다.

파월은 "높은 금리, 성장세 둔화, 그리고 타이트한 노동시장 상황 개선 등이 인플레이션을 낮출 수 있다. 이러한 상황들은 가계와 기업에 일부 고통을 야기할 것"이라며 "높은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과정에서 유감스런 비용이 발생할 수 있지만 물가 안정을 달성하는데 실패를 하면 더욱 큰 고통을 맞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각의 물가 피크아웃 기대에 따른 통화정책 방향 전환 가능성 등에 대해서도 확실히 선을 그었다.

파월은 "연준의 초점은 한두달 경제지표보다 더욱 광범위하다"며 "인플레이션이 장기 목표 수준인 2%에 근접할 때까지 밀어붙일 것"이라고 했다.

파월의 이같은 단순명료한 발언은 최근 FOMC의 발언의 실수를 의식한 것이란 평가도 이어졌다.

7월 FOMC 기자회견에서 파월 의장은 앞으로 금리를 결정할 때 인플레이션과 노동시장, 경기를 모두 고려할 것이라 언급한 바 있다.

특히 7월 FOMC 의사록에선 일부 정책위원들이 "통화정책의 시차를 고려할 때 지나치게 긴축적인 기조로 흐를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파월의 '이례적으로 짧고 간결했던 연설'은 그가 얼마나 결연한 의지로 연설에 임했는지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문홍철 DB금투 연구원은 "파월의 7월 FOMC의 커뮤니케이션 참사를 수습하기 위해 한달간 많은 인사들이 나선 바 있고 이번에 본인 입에서 입장을 확인할 정도였다"면서 "파월의 이례적으로 짧고 간결했던 연설은 그가 얼마나 결연한 의지로 연설에 임했는지를 보여준다"고 했다.

■ 잭슨홀의 연준 의장 "70~80년대 실수 되풀이 않겠다"

파월은 연설 후반부에서 현재의 통화정책은 1970~1980년대의 높고(high) 변동이 심했던(volatile) 인플레이션 동학(inflation dynamics)으로부터의 교훈에서 비롯됐다는 점도 거론했다.

파월이 그 교훈을 강조함에 따라 시장은 섣불리 정책 완화를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파월이 거론한 교훈들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중앙은행은 낮고 안정적인 인플레이션에 대한 책임을 져야 실제로 이를 달성할 수 있다는 점이다. 파월은 현재 미국의 인플레이션에는 수요와 공급 요인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으며, 연준의 역할은 수요를 억제해 이것이 공급에 맞추어 지도록 하는 것이라고 했다.

두 번째 인플레이션에 대한 대중의 기대가 앞으로 인플레이션 경로 설정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대중이 인플레이션이 안정적일 것이라 예상하면 실제로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반대로 1970년대처럼 물가 상승세가 가속화되면서 그 흐름이 계속될 것이라고 보면 상황은 악화된다.

파월은 물가가 충분히 안정적이어야 경제주체들이 이를 별로 신경 쓰지 않고 왜곡없는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세 번째 연준은 물가안정 책무가 완결될 때까지 계속 기조를 유지해야한다(Keep at it until the job is done)는 것이다.

통화당국이 방심하면 인플레이션이 경제주체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고, 뒤에 가서 인플레이션을 억제해야 하는 비용 역시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70~80년대엔 몇 번의 인플레 억제 노력이 실패한 이후 폴 볼커 시대에 상당히 긴축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오랜 기간 가져 가면서 1980년대 들어 물가상승률 둔화에 성공한 바 있다"면서 "연준은 지금 행동함으로써 그 당시 부작용, 즉 인플레이션 장기화와 악순환을 피해가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 연구원은 "과거 사례 거론을 통해 파월은 추가적인 금리인상이 바람직하다, 섣부른 통화완화는 인플레이션의 불씨를 되살릴 위험이 있다, 따라서 높은 금리를 상당 기간 지속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인플레이션이 영구적으로 번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지금 행동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했다.

미국은 1970년대 초반 재할인율 인상과 73~74년 오일쇼크가 맞물리면서 경기가 리세션에 진입하자 급하게 금리를 낮췄다. 하지만 리세션 종료 이후 인플레이션은 다시 가속화됐다.

인플레 통제에 실패했던 윌리엄 마틴(재임기간 1951~1970년)과 아서 번즈(1970~1978년) 의장 시대가 끝나고 폴 볼커(1979~1987년)에 와서야 인플레이션이 잡히고 장기간 디스인플레이션 시대가 도래하게 된다.

■ 잭슨홀의 한은 총재 "물가 우선 정책 우리도 다르지 않다"

잭슨홀에 참석한 이창용 한은 총재도 매파적 발언을 이어갔다.

이 총재도 역시 섣부르게 한국의 금리인상 종료를 기대하지 말라는 느낌을 주는 말을 했다.

이 총재는 잭슨홀에 참여해 미국 현지에서 "인플레이션이 꺾일 때까지 금리 인상을 지속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이 총재는 "8월 물가 상승률이 지난 7월의 6.3%보다 낮아질 전망이나 물가가 정점에 도달했다고 판단하기는 이르다"며 "물가 상승률이 4~5%의 높은 수준을 보이는 한 금리인상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8월 금통위에서 한은 총재나 한은은 내년 초반에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 중반에 달할 수 있다고 했다.

한은이 내년 상반기에 4.6%의 물가를 전망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에도 금리인상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 총재는 특히 "한은이 미 연준보다 먼저 인상을 시작했지만, 인상을 먼저 종료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총재는 지난 금통위에서 했던 표현을 다시 활용하면서 "한은이 연준의 통화정책으로부터 완전히 독립한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아무튼 높은 물가수준이 지속된다면 미국 연준과 같이 물가안정에 초점을 둘 것이라고 강조했다.

총재는 또 "한·미 금리차가 주요 정책목표는 아니지만 미국 정책금리가 높아질수록 원화는 평가절하되며, 이는 물가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것"며 "한은은 특정 환율수준을 목표(targeting)로 정하고 있지 않으며, 시장 수급에 따라 환율이 정해지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총재는 그러나 "한·미 정책금리 폭이 지나치게 크게 벌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환율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각국 중앙은행 관계자들의 매파적 발언이 이어지고 특히 이창용 총재가 기대 이상의 매파적 태도를 보이면서 채권투자자들은 기준금리 상단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A 증권사의 한 딜러는 "연말까지 일단 기준금리 3%, 내년 3.5% 정도까지는 열어둬야 하는 것 아닌가 의심 된다"며 "한은 총재가 연말에 상황을 다시 점검해 본다고 했는데, 만약 글로벌 경제가 확 망가져 인플레가 크게 둔화되지 않으면 내년 추가 금리인상도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 잭슨홀의 유러피언 통화정책가 "75bp 인상도 열어둬야"

잭슨홀에 모인 유럽 쪽 통화정책가들도 큰 폭의 금리인상 필요성을 거론했다.

최근 영국이 10% 넘는 CPI 상승률을 보였고 유럽 지역도 만만치 않게 물가가 뛰면서 유럽 정책가들 사이에서 자이언트 스텝 필요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잭슨홀 심포지엄에 참석한 로버트 홀츠만 위원은 "75bp 인상이 다음달 논의의 일부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클라스 노트 정책위원은 네덜란드 방송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큰 만큼, 내달 75bp 인상을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ECB 관계자들 사이에서 빅스텝을 넘어 자이언트스텝 관련 발언까지 나온 것이다.

미국의 고강도 긴축 속에 유럽 역시 경기 둔화를 감수하면서 금리를 올려야 하는 상황이 됐다. 특히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가 높아 유럽 상황은 더욱 만만치 않다.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난 주말 러시아의 대유럽 가스 공급이 8월 31일부터 3일간 중단 예정이라는 발표로 유럽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했다"며 "겨울철 가스 공급 부족 우려 속 경기 심리 위축 및 가격 상승에 따른 생산 및 소비 위축 우려 고조되며 달러/유로 패러티도 붕괴되는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 잭슨홀 여파에 흔들리는 시장

지난 금요일 잭슨홀 여파에 미국 주식시장이 급락했다.

다우지수는 전장보다 1,008.33포인트(3.03%) 급락한 32,283.40에 장을 마쳤다. S&P500은 141.46포인트(3.37%) 밀린 4,057.66, 나스닥은 497.56포인트(3.94%) 내린 12,141.71을 나타냈다.

이 여파로 국내 주가지수도 큰폭 하락 중이다. 국내 주식시장에선 코스피가 50p 넘게 하락하는 등 주요지수가 2% 넘게 급락 중이다.

국내 금리는 큰폭으로 뛰었다.

뉴욕 시장에서 미국채 10년 금리가 주가 급락을 보면서 2bp 이내로 제한적으로 올랐지만, 국내 금리는 대폭 오르고 있다.

최근 국내 시장금리가 대폭 올랐지만 이미 심리가 무너지고 향후 3% 넘는 기준금리를 가정할 수밖에 없어 도리가 없다는 평가도 보인다.

B 증권사의 한 딜러는 "글로벌 통화정책가들이 잭슨홀에 모여 인플레 퇴치라는 한 목소리를 냈다"면서 "한은 총재도 내년 금리를 계속 올릴 것이란 입장을 강조한 만큼 충격이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지금 상황에선 저가매수나, 향후 금리 방향 등을 예상하는 게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C 딜러는 "예컨대 기준금리 3.25%를 본다면 현재 시장금리 3.7%면 3년이 막혀야 된다. 다만 당장 분위기가 이런 상황이고 예측이 큰 의미는 없다"면서 상황을 지켜보자고 했다.

D 채권 관계자는 "잭슨홀 쇼크가 작용하고 있다. 일단 30년 입찰 결과를 보면서 커브가 좀 움직일 수도 있을 듯하다"면서 "잭슨홀에서 일어난 일을 본 만큼 지금은 이른바 시장이 중앙은행에 대들 때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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