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11-17 (일)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ECB 11년 만의 금리인상과 이탈리아

  • 입력 2022-07-22 11:39
  • 장태민 기자
댓글
0
[뉴스콤 장태민 기자] 유럽중앙은행(ECB)이 21일 11년 만에 처음으로 정책금리를 0.5%p 인상했다. 이를 통해 마이너스 예금금리 시대(-0.5%→0.0%)가 끝이났다.

유로존은 특히 러-우 전쟁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에도 불구하고 높은 인플레 때문에 빅스텝으로 나설 수 밖에 없었다.

ECB는 기준금리인 레피(Refi) 금리를 0.00%에서 0.50%로 50bp 인상했다. 시중은행들이 중앙은행에 1일간 자금을 예치하는 경우 적용되는 예금금리를 -0.50%에서 0.00%로 올렸으며, 한계대출금리도 0.25%에서 0.75%로 인상했다.

하지만 향후 ECB의 통화정책 정상화엔 상당한 불확실성도 드리워져 있다.

■ ECB의 약속 위반

당초 ECB는 6월 회의에서 7월 25bp 금리 인상 계획을 밝힌 바 있다.

6월 유로존 물가 상승률이 전년비 8.6%로 튀어오른 뒤에도 ECB 내 일부 매파를 제외하고 라가르드 총재와 위원들은 25bp 가이던스를 고수했다.

하지만 정책회의를 앞두고 갑자기 50bp 인상 소문이 돌더니 결국 11년만의 금리인상은 빅스텝(50bp)을 통해 이뤄졌다.

유로존 2분기 물가상승률은 8.03%은 6월 ECB 전망(7.5%)을 웃돌았으며, 하반기의 물가 상승률 전망치도 더 끌어올려야 할 수 있다.

ECB는 성명서를 통해 통화정책 정상화를 위해 더 큰 첫 발걸음을 떼야 했다고 밝혔다. 인플레이션 위험에 대한 평가를 다시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ING의 카스텐 브레진스키 매크로 리서치 헤드는 "ECB가 포워드 가이던스(25bp 인상 예고)에 충실하지 않았으며 이는 일련의 금리인상이 좀 더 빨리 도래할 수 있다는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ECB는 인플레 위험을 강조하며 다음 회의에서 추가 금리정상화에 나서는 것도 적절한 행보하고 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유로존 6월 CPI 8.6%로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ECB 목표 물가 수준인 2%의 4배에 달한다"며 "이제 금리 인상을 단행할 시기가 됐다"라고 말했다.

그는 "통화정책 회의에서는 인플레이션 상방 압력을 막기 위해서 더욱 과감한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것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 금리 인상 사이클에 본격 올라탄 ECB

ECB의 금리인상이 미국과 같이 공격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는 시각은 별로 없다. 다만 지금부터 금리인상 사이클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유로존 경제의 기본 체력이 미국처럼 튼실하지 못한 점 등을 감안할 때 공격적인 빅스텝과 같은 공격적인 금리인상이 계속되기는 어렵다는 진단들도 제기된다.

ING의 카스텐 브르제스키는 "투자자들은 ECB가 향후에 생각보다 기준금리 인상속도를 높이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며 "ECB가 매번 회의 상황에 따라서 기준금리 결정을 하겠다면서 예전보다 전망 정도를 약화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상당수 국가들이 최근 빅스텝을 밟았지만 ECB의 경우 공격적인 금리인상을 지속하기는 어렵다는 견해들이 적지 않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ECB가 7월처럼 물가 견제를 위한 적극적인 정책 행보를 당분간 지속될 수는 있겠으나 여타 글로벌 국가들과 같은 공격적인 행보는 꾸준히 이어갈 여지는 제한적"이라며 "고물가에도 경기 하강에 대한 우려가 크고 이탈리아를 비롯한 주변국들의 국채 금리 상승으로 재정위기가 재연될 수 있다는 부담이 있다"고 풀이했다.

그는 ECB가 올해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1.00%, 2023년 연말까지 1.50%까지 인상하는 인상 사이클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물가 우려가 큰 만큼 지금 그나마 최대한 공격적인 금리인상 스탠스를 취해야 할 때라는 평가도 보인다.

박성우 DB금투 연구원은 "ECB는 올해 3번 남은 회의 중 9월과 10월 각각 50bp 인상에 나선 뒤 12월에 25bp 인상할 것"이라며 연말까지 125bp 추가 인상을 예상했다.

그는 그러나 "경기 하방 위험이 커질 경우 긴축 속도가 느려지거나 중단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이탈리아 문제와 TPI

ECB는 역내 취약국의 국채 금리 급등 방지를 위한 변속보호기구(TPI: Transmission Protection Instrument)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다만 TPI를 통한 국채매입 규모의 상한선은 정해지지 않았으며, 지금 당장 TPI를 필요로 하는 국가도 없다고 했다. 향후 TPI는 좀더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ECB가 TPI를 거론했지만 일각에선 TPI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어떤 국가가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했다.

아울러 통화정책을 통해 특정 국가를 지원하는 것에 대한 반대 의견이 있다. 더 나아가 앞으로 법률적 문제를 초래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평가 받는다. 정책금리를 계속 올려야 하지만 재정 상황이 좋지 않은 남유럽권은 통화정책의 골칫거리로 평가받고 있는 것이다.

ECB가 재정취약국 스프레드 관리를 위한 국채 매입 기구인 TPI까지 발표했으나 불확실성은 계속될 수 있다.

박윤정 NH투자증권 연구원은 "TPI가 재정취약국 스프레드 리스크 해소에 충분할지 확인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국채 매입 규모의 제한이 없다는 점은 긍정적이나 TPI 발동 조건은 복잡하며 재정 정책에 대한 자의적 해석을 필요로 한다"고 지적했다.

박 연구원은 "이탈리아 내 재정회복기금 집행을 주도했던 드라기 총리가 사임해 재정회복기금 준수요건을 충족할지 불확실하다"며 "특히 조기 총선으로 국정 운영 공백이 길어지면 건전한 재정과 부채 조건을 이탈리아 정부가 충족하는데 실패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 이탈리아-독일 금리 스프레드 확대

전날 ECB의 기준금리 50bp 인상 이후 유로존 내 금리들은 차별화 움직임을 이어갔다.

ECB가 TPI를 들고 나왔지만 시장엔 남유럽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물론 코로나19 특별 QE(PEPP)의 유연한 재투자가 1차적 방어선으로 작동할 예정이어서 당장 유로존 재정위기가 재발한다고 보긴 어렵다.

그럼에도 전날 이탈리아-분트 10년 스프레드는 TPI에 대한 실망감을 반영하며 대폭 확대됐다.

코스콤 CHECK(3931)에 따르면 독일10년물 금리는 3.61bp 하락한 1.2186%를 나타냈다. 정책금리 인상에 따른 2년 금리는 4.35bp 상승한 0.6415%를 기록했다.

프랑스 금리도 10년이 2.27bp 하락한 1.8032%, 2년이 5.58bp 상승한 0.6116%를 기록하는 등 플래트닝에 주력했다.

하지만 신용도가 좋지 않은 이탈리아 금리는 빅스텝에 따라 장단기 모두 크게 뛰었다. 이탈리아 2년은 18.24bp 오른 1.5641%, 10년은 8.93bp 상승한 3.4538%를 나타냈다.

ECB가 분절화 방지에 신경을 쓰고 있으나 경제 상황이 균질하지 않은 유로존 내에선 차별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물론 금리 움직임을 보면 ECB가 정책회의에서 밝힌 문제해결 툴에 대한 불신도 상당히 끼어있는 모습이다.

■ ECB, 공격적 금리인상의 한계

ECB가 7월 회의에서 3개의 기준이 되는 금리를 50bp씩 인상해 주요 재융자 금리(MRO) 0.50%, 예금금리(DEF) 0.00%, 한계대출금리(MLF) 0.75%로 결정하고 EMU 스프레드 관리 도구(TPI)까지 발표했다.

하지만 이 지역의 금리인상엔 본질적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경제 상황이 다른 나라들을 대거 편입시켜 놓은 유로존의 원초적 한계다.

재정취약국 스프레드 확대 리스크를 온전히 해소할 수 없는 ECB의 본질적인 한계를 감안하면 향후 공격적인 금리 인상이 만만치 않을 수 있는 것이다.

독일을 기준점에 둔 유로존 내의 신용스프레드 확대에 대한 우려는 쉽게 잠재우기 어려울 듯한 모양새다.

박윤정 연구원은 "ECB가 빅스텝을 9월에서 7월로 앞당긴 이유는 ECB 회의 당일 오전에 노드 스트림1 수송량이 정기 점검 이전 수준으로 재가동된 가운데 TPI도 개발 완료됐기 때문"이라며 "다시 말해 에너지와 재정취약국 관련 리스크가 연내 가장 낮아 보이는 '기회의 창'이 나타나 빅스텝을 감행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즉 그나마 물가에 대응하기 위한 빅스텝을 할 수 있는 가장 무난한 시기가 지금이었다는 것이다.

박 연구원은 "ECB 입장에서는 연말로 갈수록 금리 인상을 단행하기 어려워 보였을 것"이라고 했다.

■ 유로화, 달러 독주 견제의 한계

유로존에선 지난 2011년 정책금리 인상 이후 재정위기가 불거졌다.

그 당시의 상황을 떠올리면서 유로존을 의심의 시각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이러면 유로존 긴축, 그리고 유로화 반등에도 한계가 있을 수 있다.

박성우 연구원은 "가스 공급 불확실성과 파편화에 따른 유로존 금융시장 불안 위험을 감안할 때 긴축 착수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유로화 강세는 제한적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연말로 갈수록 미국 인플레 둔화 및 연준 긴축 강도 약화로 달러는 약세로 돌아설 수 있지만 유로존 불확실성이 개선되지 않으면 달러 강세는 연장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노드스트림1 보수기간 종료(7월 21일) 후 러시아는 對EU 가스공급을 재개하기로 했지만 공급규모를 축소키로 함에 따라 향후 가스 수급도 중요한 문제다.

러시아의 추가 공급축소 위험이 잔존하고 있어 EU의 수입처 다변화, 수요억제 정책 도입 등에도 불구 겨울철이 다가올수록 수급불균형은 심화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김성택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물가 상방압력 가중, 경기침체 위험 확대로 인해 경기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재정정책이 보완되지 않을 경우 ECB 통화긴축 딜레마도 가중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고물가는 인플레 상방압력, 경기 하방압력으로 작용하고 있으나 유로존은 러시아의 가스 공급에서 자유롭지 않은 것이다. 결국 ECB가 긴축에 한계를 보인다면 유로존 통화가치가 크게 강해지긴 어려울 수 있다.

물론 지금은 각국 통화들의 상대적 가치를 미국이 결정하다시피하면서 주도하고 있어 미국 정책 변화를 봐야 한다.

공동락 연구원은 "ECB의 빅스텝 기준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7월 ECB의 통화정책 결정이 환율을 비롯한 글로벌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ECB에 앞서 통화정책을 결정한 일본은행 역시 기존의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는 점에서 현재의 강달러 환경이 직접적으로 변화할 여지는 크지 않다"고 풀이했다.

그는 "현재 환율 동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트리거는 ECB나 BOJ 보다는 Fed에 의해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며 "당장 7월 FOMC가 최근 가파르게 가치가 상승한 달러화 움직임에 변화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의 강달러가 미국발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로 인해 촉발됐고 자이언트 스텝 인상 이후 채권시장이 차츰 안정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7월 미국의 통화정책 이벤트가 단기적이나마 환율 동향에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 다시 이탈리아

ECB가 통화정책 정상화를 위한 큰 걸음을 뗏지만 다시 이탈리아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드라기 정권이 추진 중이던 개혁조치들이 지연되면서 EU의 재정지원이 축소되고 경제난 심화에 따른 부채위기 촉발 위험도 거론된다.

조세 개편 등 개혁안 차질도 예상되고 있다. 유럽회복기금(€2000억) 추가 지원도 불확실하다.

러-우 전쟁으로 인한 여파도 크다. 전쟁으로 고물가(6월 8.0%), 경기침체 우려(1분기 GDP 0.1%)가 커진 가운데 이탈리아는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혼란을 겪고 있다.

6월 이후 노드스트림1을 통한 가스공급 축소 이후 유로존 경기침체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이탈리아 성장률은 종전 전망보다 최대 3%p 후퇴했다. 골드만삭스는 2022년 2.0%, 2023년 -2.0%을 예상하고 있다.

ECB 총재를 엮임한 '슈퍼 마리오' 드라기가 이탈리아 정치를 이끌었지만, 그는 이제 자리를 정리하는 일을 떠맡았다.

박미정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드라기의 집권이 이탈리아 리스크에 대한 시장 인식을 완화해 왔지만, 향후 그의 부재는 이탈리아 경기하방 위험 뿐 아니라 유로 지역의 전반의 금융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개혁이행에 대한 불확실성 등으로 EU 재정지원 및 ECB 국채매입프로그램 수혜 여부도 불투명하다고 진단했다. 향후 유럽 회의주의(Eurosceptic)인 이탈리아 우파연합이 연정을 구성할 경우 2018년 오성운동처럼 재정정책을 둘러싼 EU와의 충돌이 재연될 가능성도 상당하다는 평가마저 받고 있다.

박 연구원은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등 유럽 주요국들의 정치적 불안이 심화됨에 따라 에너지 위기 및 스태그플레이션 위험 등에 대한 유럽의 통합적 대응력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고 진단했다.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ECB 11년 만의 금리인상과 이탈리아이미지 확대보기

자료: 국제금융센터

자료: 국제금융센터

이미지 확대보기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 저작권자 ⓒ 뉴스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로그인 후 작성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