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11-17 (일)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연준 정책요인의 한은 금리인상 압박 정도는...

  • 입력 2022-06-09 13:33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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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한국은행은 통상 미국의 금리결정과 한국의 금리결정을 1:1로 대비시키는 자세에 대해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취한다. 각 나라 사정이 다를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이는 당연하다.

하지만 미국의 금리 결정이 국내 경제와 물가, 환율 등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연준의 입장과 액션은 한국은행 정책 스탠스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한은은 5월 금통위를 통해 '당분간 물가에 보다 중점을 둔 통화정책을 운용할 것'이라고 예고해 놓은 상태다.

이 과정에서 여러 요인을 보지만,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도 중요한 점검 대상의 하나다.

한은은 이날 법정보고서인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향후 통화정책 주요 고려사항으로 △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중국 봉쇄조치 등 대외 불확실성 증대 △ 미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 가속에 따른 국내외 금융시장 영향 △ 미 달러화 강세에 따른 물가상승압력 심화 △ 금융불균형 상황 등 4가지를 제시했다.

여전히 향후 국내 통화정책에 있어서 미국 연준의 입장이 중요한 변수다.

■ 연준 정책정상화, 금융시장 통해 한은 정책에 미칠 영향 주시

연준은 높은 인플레이션 압력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3월 정책금리를 인상(25bp)한 데 이어 5월에는 2000년 5월 이후 처음으로 인상폭을 50bp로 확대했다. 대차대조표 축소(QT)는 6월부터 시행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시장도 연준의 몇 차례 '50bp 인상' 약속을 믿고 연말 연준 정책금리 2.5% 이상을 반영하는 모습을 보였다.

상당수 시장 관계자들은 연준이 지금 '정책대응실패'를 수습하는 중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파월 역시 금리를 미리 올렸으면 좋았을 것이란 식의 발언을 한 바 있다.

연준의 금리인상 강도는 금융시장 뿐만 아니라 한은의 주된 관심사이기도 하다.

한은 통신보고서는 "앞으로도 미 연준의 정책금리 인상속도와 이에 대한 시장참가자들의 기대 변화가 국내외 금융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당분간 이에 따른 리스크 요인을 주의깊게 점검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했다.

연준의 예상을 상회하는 급격한 금리인상시 금융시장 변동성이 재차 크게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한은은 특히 "신흥국의 경우 아직 대규모 자본유출 조짐은 나타나고 있지 않으나 향후 세계경제의 예기치 못한 충격으로 위험회피심리가 크게 확대될 경우 자본유출 압력이 증대될 가능성도 잠재해 있다"고 풀이했다.

이 문제와 관련해 이자율 시장이 관심을 갖는 항목은 한은이 향후 한미 금리역전을 어느 수준까지 용인할 수 있느냐다.

시장은 이미 한미 금리 역전을 몇 차례 경험해 봤으며, 금리 역전만으로 국내에 들어와 있는 해외자본이 크게 유출되지 않는다는 점은 경험했다. 다만 금리 역전폭이 문제가 될 수는 있다.

A 증권사의 한 딜러는 "과거 경험 등을 감안할 때 한은이 용인할 수 있는 한미 금리역전 최대폭은 100bp 정도로 본다"면서 "연준이 빅스텝을 예고한 것 이상, 즉 향후 3번 이상 가져간다는 생각이 들면 시장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이미 한국도 금리가 많이 올랐다. 기준금리 3% 반영 수준까지 시장금리가 뛰었기 때문에 한미 정책금리 역전폭에 있어선 상당한 여유도 있다"고 풀이했다.

현재 한국 기준금리 1.75%, 미국 1%, 연준히 조속히 올린다는 중립금리 2~3%, 최근 한국의 시장금리가 반영한 기준금리 3% 등을 감안하면 시장이 밀리는 데도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 연준 정책 정상화→달러 강세(원화 약세)→물가 상승압력 강화 '정도' 고려해야

인플레이션이 각국 정부, 중앙은행의 골칫거리인 가운데 미국의 긴축은 다른 나라 물가 상승압력을 더욱 부추긴다.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 가속화로 달러 강세 흐름이 지속돼 환율이 오르면, 국내 인플레이션 압력도 추가로 높아질 수 있다.

이런 가운데 한은은 작년 가을부터 이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본다.

한은은 "작년 10월 이후 원화기준 수입물가 상승률이 계약통화기준 수입물가 상승률을 지속적으로 웃도는 등 달러 강세에 따른 물가 상방압력 현상이 본격화됐다"고 진단했다.

한은은 "팬데믹 이후 대체로 마이너스를 나타냈던 환율의 수입물가에 대한 기여도는 지난해 10월 이후 플러스로 전환되면서 광산품(원유, 천연가스, 금속 등)과 함께 수입물가 상승을 주도했다"고 설명했다.

에너지 부문에서 환율효과가 두드러지고 있다. 이는 원유・천연가스 등 에너지 부문 주요 품목에 대한 결제가 대부분 달러화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2021년 결제통화별 수입비중(통관기준)을 보면 미 달러화 80.1%, 원화 6.5%, 유로화 5.9%, 엔화 5.1% 등이다.

한은은 또 "가공단계별로는 원재료・중간재 부문에서 환율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나 향후 환율상승이 가공단계별 생산자물가에 영향을 미친 후 시차를 두고 추가적인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한은은 따라서 "최근 물가 오름세 확대와 관련해 에너지 가격이 높은 수준을 이어가는 가운데 미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 가속 등으로 환율상승압력도 상당한 만큼 향후 에너지 가격-환율이 상호 작용하면서 물가상승압력을 가중시킬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 환율 물가상승기여도, 1분기 물가상승률 3.8% 상승분 중 9%(0.34%p) 차지

한은은 따라서 환율 상승폭과 속도, 그리고 이런 흐름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보다 면밀히 분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본다.

한은은 우선 이번 환율 상승기(2020년 12월~2022년 5월) 중 원/달러 환율의 상승폭과 속도는 각각 183원과 0.51원/일로 과거 상승기에 비해서는 작고 완만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엔 경계감이 보다 높아졌다.

한은은 "금년 2월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로만 보면 환율 상승 속도가 1.15원/일로 높아졌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상승기 중에서 가장 빠른 모습"이라며 "환율의 물가전가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추세적으로 낮아져 2020년 제로수준까지 하락했으나 이후 다시 높아져 2022년 1분기 현재 0.06 정도로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환율의 물가전가율은 원/달러 환율 또는 명목실효환율 1% 변동시 물가상승률의 변동을 의미한다. 한은은 최근 환율의 물가전가율 상승은 코로나19 위기 회복 과정에서의 글로벌 공급병목과 전반적인 물가오름세 확대 등으로 기업의 가격 전가 유인이 2010년대 중후반의 저물가 시기보다 높아진 데 기인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한은이 환율의 물가전가율 추정 결과를 이용해 산출한 환율의 물가상승 기여도는 올해 1분기 중 소비자물가 상승률(3.8%)의 약 9% 정도(0.34%p)인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환율 상승기에는 환율 요인 외에도 공급 및 수요 요인이 모두 물가상승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환율의 물가전가율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과거 상승기와 달리 수요와 공급 요인 모두 물가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는 만큼 향후 환율 상승이 국내 인플레이션 압력에 미치는 영향에 보다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최근 선진국들 사이에서도 빅스텝을 떼는 경우가 늘었지만, 금리 레벨이 낮거나 물가 압력이 우리보다 심각한 경우들이었다. 물가가 좀더 가시적으로 높아지지 않은 한 한국은 7월을 포함해 몇 차례 더 25bp 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B 증권사의 한 딜러는 "물가 상승률 6%, 7%면 한국도 빅스텝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지만 금리인상을 실기한 다른 나라들에 비해선 여유가 있다. 물가가 7~8%씩 오르는 미국, 유럽과 차이가 있다"면서 "기대 인플레 제어 문제 때문에 여전히 한은이 말을 강하게 할 수 밖에 없지만, 금리 기인상분과 금리수준을 감안할 때 빅스텝 확률은 별로 없다"고 풀이했다.

한은 역시 현재의 경기와 물가 수준에선 빅스텝을 고려하지 않고 있으며, 일단은 기대 인플레이션 차단을 중요한 과제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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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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