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러시아중앙은행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러시아, SWIFT 배제와 중국 협조 통한 우회로 만들기
이미지 확대보기[뉴스콤 장태민 기자]
지난 2월 28일 서방의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로 루블화가 30% 폭락하는 등 러시아 금융시장이 위험 징후를 나타냈다.
루블화는 달러가 120루블에 육박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상당히 위험한 모습을 이어갔다.
러시아 은행에서 뱅크런이 일어나고 러시아에 들어와 있던 외자가 서둘러 빠져나가려는 모습을 보이면서 러시아 금융당국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러시아 중앙은행 입장에선 대출 담보 증권 범위 확대, 은행들의 외환 초과 포지션 규제 완화 등 조치를 취하면서 위험에 대비했다.
특히 러시아 중앙은행은 28일 빠져나가는 외자를 붙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기준금리를 9.5%에서 20%로 대폭 올려야 했다.
■ 러시아 은행들에 대한 스위프트 배제...일단 '전부' 배제하지 못한 가운데 충격 강도 가늠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를 SWIFT에서 배제하기로 하고 러시아가 외환보유액도 손대기 어렵게 조치를 취하자 러시아 외환시장은 패닉에 빠질 수 밖에 없었다.
이에 따라 러시아 당국은 외국인 투자자의 러시아 내 자산 회수 움직임 차단에 나설 수 밖에 없었다.
배제 대상은 국책은행인 VTB방크, 방크로시야, 오트크리티예, 노비콤방크 등인 것으로 보도됐다.
일단 러시아 최대은행인 스베르방크와 러시아 국영 에너지기업인 가스프롬이 공동소유하고 있는 가스프롬방크는 배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폴란드를 포함한 일부 국가들은 러시아 제재 강화를 위해서 더욱 많은 은행들을 SWIFT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압박한 것으로 보도됐다.
일부 국가에서 배제 효과 기간을 30일로 요청했지만 이번 SWIFT 배제 효과 기간은 10일로 합의됐다. 다만 효력이 발생하기 전에 관련 사항은 변경될 수 있다고 했다.
서방의 러시아 은행에 대한 SWIFT 배제가 서방 국가들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줄 수 있는 만큼 꽤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측면도 있는 셈이다.
스베르방크와 가스프롬방크가 배제 대상에서 제외된 것은 유로존이 여전히 러시아 금융시장을 고립시킬 경우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상당하고, 특히 에너지 공급에 차질이 올 수 밖에 없다는 점도 고려되고 있다.
SWIFT는 글로벌 금융 결제의 혈관 역할을 하고 있다. 따라서 이 시스템에 접근이 불가능할 경우 심각한 경제적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러시아는 자체 금융메시지 시스템을 개발했지만, 400여 곳의 금융기관과 해외 기업들을 포함한 데 그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SWIFT가 현재 1만1천여 곳 이상의 금융기관과 기업들이 보안 메시지를 주고 받고 있는 것과는 차이가 크다.
벨기에에 본부를 둔 SWIFT는 중립적인 위치에서 200여개 회원국과 협력하고 있으며, EU와 벨기에 당국과 협력할 의무가 있다.
■ SWIFT 배제의 충격은 어느 정도
지난 26일 G7은 공동성명을 통해 일부 러시아 은행들을 SWIFT에서 배제하고 중앙은행의 외환보유액 사용에 제약을 가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 성명 발표는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영국, 캐나다, 미국의 주도로 이뤄졌으며, 일본은 다음날 지지 의사를 밝혔다. 이후 28일 G7 전체가 제재에 동참하게 됐다.
일단 상당한 충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의 이상원 연구원은 "SWIFT는 송금 그 자체가 아닌 송금 정보의 신뢰성을 보증하는 보조(메시징) 수단이나 글로벌 자금거래 실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커 결국 자금거래 자체를 제한한다"면서 "실질적인 결제는 별도의 시스템(CLS, Fedwire, CHIPS)에서 이뤄지고, 이와 관련한 메시징에 이메일, 팩스 등을 활용한다면 이론적으로 대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 연구원은 그러나 "이에 수반되는 막대한 기회비용(시간 등)을 감안하면 실제로는 기업ㆍ은행의 자산이 대부분 동결되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과거 이란에 대한 SWIFT 배제 효과도 재평가되고 있다.
미 의회 조사국에 의하면 2012년 미국ㆍEU의 對이란 SWIFT 제재 이후 이란의 원유 수출은 전고점 대비 40%(2011년 일평균 250만배럴 → 2021년 일평균 110만 배럴)로 줄어들었다.
이 연구원은 "러시아 외환거래의 63%가 이번 제재에 동참한 국가의 통화들로 이루어지고 있어 우회 수단을 활용하더라도 상당 비중의 경제활동에 제약이 나타날 수 있다"고 관측했다.
서방 은행 입장에선 러시아의 SWIFT 배제가 구체화되기 전부터 러시아 은행과의 거래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측면도 있다. 제재 관련 불확실성이 걷히기 전까지는 최대한 거래를 자제할 수 밖에 없는 측면이 있는 것이다.
■ 러시아의 SWIFT 우회 노력...중국 도움 얼마나 받을 수 있을지 주목
러시아는 지난 2014년부터 서방 제재 등을 우려해 자체 금융통신망(SPFS)을 가동했다.
러시아는 특히 중국 등과 협력해 탈달러 움직임을 이어왔다.
이같은 러시아의 노력이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를 놓고는 의견이 다소 갈린다.
아무튼 서방의 국제결제시스템 배제 압박과 관련해 중국의 역할은 상당히 중요해 보인다.
중국은 일단 서방국가들이 러시아를 글로벌 금융시스템에서 배제하려는 움직임에 맞서 러시아에 구원의 손길을 내밀 수 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중국 인민은행과 통화스왑을 체결하고 있기도 하다. 특히 중국은 러시아은행들과 그들의 결제청산 시스템 사용 협약을 체결해 놓은 상황이다.
물론 SWIFT를 대체하는 데엔 한계가 있다는 게 중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의 자구책 마련 노력은 계속될 수 있다.
러시아가 달러 자산에 대한 접근성에 큰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러시아의 후원자 중국의 역할도 주목을 받는다. 특히 러시아가 보유가 위안화 자산이 얼마나 러시아를 구원할 수 있을지 관심을 끈다.
호주 은행 ANZ는 "러시아 중앙은행이 800억달러, 러시아 국부펀드가 600억달러 규모의 위안화 채권을 보유하고 있을 수 있다"면서 "이는 중국내 채권시장에서 해외투자자가 소유한 총 규모의 4분의 1에 달한다"고 추론했다.
ANZ는 "러시아의 위안화 채권과 보유 위안화는 러시아가 접근할 수 있는 주요 외화 자산이며, 러시아가 중국 쪽 자산을 유동화 할 지 여부를 주시한다"면서 "러시아는 서방이 추가 제재를 내놓은데 따른 충격을 막기 위해서 잠재적으로 그들의 위안화 자산을 이용하고 중국의 지불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