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콤 김경목 기자] 최근 원화가 다른 통화보다 약세를 보인 것은 우리 경제의 대외 리스크 요인과 환율상승 기대에 대한 시장 반응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데 기인했다고 한국은행이 18일 밝혔다.
한은은 '최근 원화 약세 원인 분석'이란 보고서에서 "2021년 중 외화자금 수급 상황과 경제 펀더멘털이 양호함에도 불구하고 원화가 여타 통화에 비해 절하됐다"며 "이 것은 우리 경제의 대외 리스크 요인과 환율상승 기대에 대한 시장 반응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데 기인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원화 환율이 여러 가지 요인의 영향을 받고 있는 만큼 미국의 인플레이션, 국제 원자재가격, 중국 경제, 투자자금 이동, 반도체 경기 사이클에 따른 국내 기업 실적 변화 등 관련 대외 리스크 동향을 상시 점검하고 글로벌 자금흐름 및 외환시장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은은 원화 약세 원인의 경로별 점검에서 '국제 원자재 가격, 중국경제 의존도, 포트폴리오 투자, 현/선물환 연계를 통한 환율 기대 강화' 등이 복합적으로 원화 약세에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했다.
■ 원화 약세: 원자재 가격 상승, 대중 의존도, 포트폴리오 조정, 환율 상승 기대 등 영향
한은은 "국제 원자재가격 상승은 인플레이션 기대 상승을 통해 미 달러화 대비 원화 약세를, 교역조건 및 경상수지 악화를 통해 기타 통화대비 원화 약세를 유발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국제 원자재가격 상승은 글로벌 공급 병목 현상과 맞물려 인플레이션 기대를 상승시켰으며, 이에 대응한 미 연준의 정책기조 전환 가능성이 고조되며 미 달러화가 강세를 나타냈다.
해외 원자재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특성상 국제원자재가격 상승은 교역조건, 경상수지 악화 등을 통해 우리 경제에 상대적으로 더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이러한 우려가 반영되며 원화는 기타 통화에 대해 약세를 보였다.
한은은 또 "대중 의존도가 높은 국가일수록 금번 달러 강세기에 중국 경기 둔화 우려로 인한 통화 절하율이 상대적으로 확대된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작년 중반 이후 중국 부동산개발 기업 헝다그룹의 디폴트 가능성이 구체화되는 등 중국 실물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심화됐다.
우리나라는 높은 대중 교역 의존도로 인해 원화 환율이 여타 신흥국 환율에 비해 중국 경기 둔화 우려의 영향을 크게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대중 교역 의존도는 2020년 기준으로 우리나라(24.6%), 동남아 5개국(인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태국, 17.2%), 여타 MSCI 신흥국(13.3%)로 나타났다.
한은은 "글로벌 투자자들의 주식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과정에서 우리나라에 대한 비중 축소로 투자자금이 유출되며 원화 절하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우리나라 주가는 2020년 하반기에 상대적으로 가파르게 상승한 이후 2021년 들어서는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도가 증가하면서 글로벌 주식펀드 내 우리나라 비중은 하락했다.
또한 내국인의 해외직접투자 및 포트폴리오 투자자금 유출도 2021년 들어 주식을 중심으로 증가세가 확대됐다는 설명이다. 특히 반도체 경기 호황이 예상보다 짧을 것이라는 우려가 지난해 하반기 들어 대두되면서 일시적으로 원화가 부정적 영향을 더 받았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은은 "환율 상승 기대에 따른 선물환 헤지 및 투기수요 증가는 자기실현적 환율상승 메커니즘을 통해 원화 절하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테이퍼링 조기 실시 등으로 환율 상승 기대가 형성되며 작년 중반부터 선물환 매입 및 NDF 선물환 매입이 증가했으며 이에 따라 외국환 은행의 선물환 매도 포지션이 확대됐다고 덧붙였다.
김경목 기자 kkm3416@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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