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 2024년 삼성전자 주가 흐름, 출처: 코스콤 CHECK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삼성전자, '묘한' 자사주 매입 발표시점...수급 개선, 그리고 궁극적으로 중요한 일
이미지 확대보기[뉴스콤 장태민 기자]
삼성전자 주가가 연이틀 급등했다.
삼성전자 주가는 '4만전자'를 찍은 다음날인 금요일(15일) 7% 넘게 뛰었다. 공교롭게도 그날 장 마감 뒤 자사주 매입 발표가 나왔다.
이번주 거래 첫날에도 주가가 뛰면서 일단 수급 호재를 반영하고 있다.
■ 삼성전자 자사주 매입한 14일, 주가 급등과 함께 외국인이 들어와
14일까지 삼성전자 주가는 5일 연속 추락했다. 5거래일 동안 한국 대표주 주가는 13% 넘는 급락세를 나타냈다.
14일엔 특히 종가가 일중 저점인 4만 9,900원을 기록하면서 설마했던 '4만전자'가 실현됐다.
이런 분위기를 이끈 주체는 외국인이었다.
외국인은 14일까지 4일 연속 4천억원이 넘는 큰 규모의 일중 순매도를 기록했다. 13일엔 7천억원 넘는 순매도를 기록하기도 했다.
최근 외국인이 한단계 끌어올린 매도 강도는 쉽게 진정될 분위기가 아닌 것처럼 보였지만, 14일엔 삼성전자 주가가 7% 넘게 뛰는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14일 주가가 7.21%나 뛴 데엔 외국인이 최근의 강도 높던 매도에서 갑자기 1,279억원 순매수로 전환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날 장이 끝난 뒤 삼성은 '자사주 매입'을 발표했다. 이러자 시장에선 볼멘 소리도 나왔다.
최근 수천만원의 손실을 입고 삼성전자를 손절했다는 큰손 개인투자자 A씨는 "예상대로 삼성전자가 4만전자로 추락해 그나마 손실을 줄였다고 안도했다. 하지만 손절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갑자기(15일) 주가가 폭등해 의아했다"면서 "외국인이 재료(자사주 매입)를 먼저 알고 들어온 것 같아 기분이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 15일 장 마감 뒤의 자사주 매입 발표...이번주도 주가 급등으로 시작
삼성전자는 11월 15일 장 마감 뒤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했다. 매입 규모는 1년간 총 10조원에 달했다.
매입 사유는 주주가치 제고다.
최근 삼성전자가 밸류에이션을 무시하고(?) 끝없이 추락하자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식의 볼멘 소리도 많았던 게 사실이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삼성은 주가 부양을 위해 큰 돈을 쓰기로 한 것이었다.
삼성전자는 우선 이달 8일부터 내년 2월 17일까지 3개월 동안 3조원을 3개월 내 매입해 전량 소각하기로 햇다고 밝혔다.
일단 매입 후 소각하기로 한 대상은 보통주 5,014만 4,628주, 우선주 691만 2,036주다. 나머지 7조원은 활용 방안과 매입 시기를 추후 결정하기로 했다.
금요일 장 마감 뒤 자사주 매입 소식이 알려졌기 때문에 '일반인'들에겐 이날(18일)이 자사주 매입 재료를 반영하는 날이었다.
먼저 알아차린 외국인의 매수에 의해 선반영된 부분이 있다는 평가도 보였지만, 일단 대다수가 몰랐던 새로운 재료인 만큼 이날 주가는 다시 급등으로 반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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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자사주 매입의 주가 부양 효과, 과거 사례 보면...
자사주 매입은 주가에 우호적인 신호다.
산술적으로 기업이 자사주를 사서 태워버리면 당연히 주가는 오를 수밖에 없다.
과거 삼성전자는 여러차례 자사주 매입을 통해 주가를 올린 경험도 있다.
2010년 이후 3차례의 삼성전자 자사주 매입 구간에서 주식 절대수익률은 적게는 7% 남짓에서, 많게는 30%에 육박했다.
최근 자사주 매입 구간 주가 상승률을 보면 14~15년 7.3%, 15~16년 14.3%, 17~18년 28.9%였다.
다만 주식시장 분위기와 비교한 상대수익률도 중요하다. 시장 전반이 안 좋은 상황에선 자사주 매입 효과가 제한될 수 있기 때문에 시장과 비교도 수익률도 중요하다.
삼성전자가 과거 자사주를 매입했던 때 삼성 주가는 나머지 종목들의 수익률을 10%p 이상 아웃퍼폼했다.
삼성전자는 17~18년 사례에선 KOSPI 나머지 종목을 11.5%p 웃돌았다. 여타 종목들을 아웃퍼폼한 정도를 보면 15~16년엔 16.0%p, 14~15년엔 11.5%p였다.
자사주 효과를 가늠하기 위해선 매입 규모도 따져봐야 한다.
자사주 매입 규모는 15~16년이 보통주의 4.5%에 달해 가장 컸으며, 주가가 크게 뛴 17~18년의 규모는 2.5% 수준이었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주식전략팀장은 "이번 10조원 자사주 매입은 삼성전자 보통주 관점에서 시가총액 대비 2.8%에 달할 것"이라며 "이번 자사주 매입의 주식 부양효과는 최근 두 차례 사례의 중간 정도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현재 삼성전자 밸류에이션이 과거 자사주 매입 시점과 비교했을 때 가장 낮다는 사실은 미보유 시 상승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면서 "올해 삼성전자 상대수익률은 과거 어느 때보다 부진했으며, 주요 수급 주체들이 상대적으로 비중을 축소시킨 상황에서 발생한 수급 이벤트는 상대 수익률 되돌림 강도를 높게 만들 수 있다"고 관측했다.
국내 주식시장 주요 종목에 비해 삼성전자 주가가 유독 부진을 보인 데다 외국인 중심으로 수급 이탈 효과가 컸기 때문에 이번 자사주 매입 효과에 기대를 걸어볼 만 하다는 것이다.
■ 수급 호재...당장 삼성에게 중요한 것은 기술 추격 속도
일단 자사주 매입은 놓칠 수 없는 수급 호재다.
이 부분이 적극 반영되면서 이날을 포함해 이틀간 주가는 급등했다.
당장은 수급 호재 부분이 주가를 지지할 수 있는 가운데 관건은 결국 삼성이 경쟁업체들을 따라 잡는 속도와 실적 개선이라고 볼 수 있다.
신성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자사주 취득에 따른 단기적인 삼성전자 주가 반등세를 기대한다"면서도 "다만 중장기적 관점에선 주요 고객사향 8단/12단 HBM3E 공급 확대, 파운드리 적자폭 축소, DRAM 기술 개발 등 근본적인 문제가 해소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일각에선 삼성전자의 주가 부양책이 '늦었다'고 평가하기도 했지만, 일단 주식 부양 의지가 표명됐다는 심리적으로, 그리고 수급적으로 긍정적이다.
하지만 최근까지 삼성전자가 미래에 대한 '의구심'을 떨구지 못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주가 급등이 이어지기 보다는 조심스럽게 상승룸을 타진할 것이란 진단도 제기된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이렇게 보는 이유와 관련해 ▲ 극심한 저평가 및 옵션 만기일 후 이미 11월 15일 주가가 크게 반등(7.2%)했다는 점 ▲ 과거에 비해 자사주 매입 규모가 크지 않다는 점(2015년 11.3조원, 시총 대비 6.0%, 2017년 9.3조원, 시총 대비 2.9% vs 올해 10.0조원 시총 대비 2.8%) ▲ 이번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이 기존 3개년 주주환원 계획과 별도로 작동하는지 여부, 즉 24-26년 FCF의 50% 이상 특별 배당 수령 가능성 ▲ 자사주 프로그램이 향후에도 상시 운영 가능한지, 혹은 어떤 기준으로 발동되는지가 아직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제시했다.
김 연구원은 "10조원의 본사 현금이 추가로 주주환원에 쓰이는 만큼 삼성이 기존에 강조하던 효율적이고 유연한 설비투자 집행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고 본다"면서 "HBM 및 미래기술 개발을 위한 투자 외 불필요한 부분을 덜어내 ‘근원적인 기술 경쟁력’을 복원하고 수익성 위주의 경영이 가속화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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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급으로 일단 주가 방어선은 쳤는데...
시장에선 삼성전자 PBR이 0.8배 수준을 기록하는 등 말도 안되는(?) 수준에서 수급 호재가 터져 일단 '최소한' 주가 하락을 제어하는 역할은 하게 될 것이란 기대가 만만치 않다.
아울러 수급이 받쳐 주는 가운데 HBM 등 메모리 사업부 영업 상황이 개선되는 모습까지 더해진다면 주가가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도 보인다.
또 자사주 매입 발표가 주가 5만원이 깨지는 모습을 보인 뒤 바로 나왔다는 점에서 '지지선을 그어준 측면'이 있다는 평가도 보인다.
하지만 길게 보자면 결국 중요한 것은 기술, 그리고 이에 기반한 이익이다.
시장에선 과거 인텔이 몰락하던 시절을 떠올리기도 한다. 또 일각에선 '기술에 투자해야 할' 자금을 주가 부양에 쓴다면 오해려 해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상식적인 얘기지만 장기적인 주가 상승은 주주환원 정책보다 주당순이익(EPS) 성장률에 달려 있다.
자산운용사의 한 주식매니저는 "이번 조처는 투자자 신뢰 차원에서 적절한 조처였다고 본다. 다만 삼성전자에게 더 중요한 것은 이제 기술력에 바탕한 이익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