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11-25 (월)

(장태민 칼럼) 은행 대출 막자 2금융권으로 풍선효과...예견된 수순의 정책 방랑기

  • 입력 2024-11-12 13:50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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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전날 한은이 발표한 10월 은행 가계대출 증가규모를 보면 3.9조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는 8월의 9.2조원, 9월의 5.6조원에 이어 다시 크게 축소된 것이다.

주담대를 발라내 증가 추이를 보면, 8월 8.2조원, 9월 6.1조원, 10월 3.6조원를 기록했다.

10월 증가규모는 작년 같은 기간의 증분(6.7조원)에 비해서도 크게 축소된 것이다.

정부의 가계대출 압박에 따른 은행권의 주담대 관리, 수도권 주택거래 감소 등으로 증가폭이 크게 축소된 셈이다.

■ 정부 규제 속 주택거래량 둔화 흐름

가계대출 흐름에 큰 영향을 주는 요인인 주택 거래량을 살펴보자.

전국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5월 3.9만호, 6월 4.4만호에서 7월 4.8만호로 증가한 뒤 8월엔 4.2만호, 9월엔 3.0만호로 축소됐다.

한은은 특히 수도권 거래량 둔화 흐름이 증가폭 축소에 기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수도권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5월 1.9만호, 6월 2.4만호, 7월 2.7만호로 늘어난 뒤 8월엔 2.2만호로 둔화됐다. 이후 9월엔 1.2만호로 대폭 축소됐다.

수도권 중에서도 집값이 비싼 서울 지역의 거래량 축소가 두드러진다.

서울 거래량은 5월 0.5만호, 6월 0.7만호에서 7월엔 0.9만호로 늘어난 뒤 8월엔 0.6만호로 축소됐고 9월엔 0.3만호에 그쳤다.

하지만 거래량을 감안한 잔금 대출 시기를 감안할 때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분이 '너무' 작다.

결국 풍선효과가 나타났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 주담대 은행 축소분, 2금융권으로

10월 은행 가계대출이 전달에 비해 축소됐지만,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다른 흐름이었다.

10월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6.6조원 증가해 9월(5.3조 증가)에 비해 증가폭을 확대했다.

다만 은행 주담대가 급감하면서 10월 전 금융권 주담대는 9월(6.8조 증가)보다 적은 5.5조원 증가했다.

집을 산 사람들이 대출 어려움에 직면하자 2금융권으로, 그리고 주담대 외의 방식으로 대출을 일으키는 식으로 대응했다.

또 정부가 대출이 크게 늘어나는 것을 막고 있지만 '정책대출'을 크게 옥죌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이런 점도 수치에서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

정책성 대출의 증가폭은 전월 수준을 유지(+2.1조원)했다.

다만 정부의 눈치를 보면서 은행권이 '자율관리' 명목으로 대출을 옥죈 결과 은행 자체 주담대는 전월 대비 축소(+4.0조원→+1.5조원)됐다.

■ 은행의 '납작 엎드리기'...2금융권 풍선효과

은행을 제외한 곳의 대출을 보면, 사람들이 비은행 대출로 내몰렸음을 알 수 있다.

제2금융권 가계대출은 2.7조원 증가해 전월(△0.3조원) 대비 크게 증가했다.

주담대(+0.7조원→+1.9조원)는 집단대출 위주로 증가했다.

기타대출(△1.0조원→+0.8조원)은 카드론, 보험계약대출 위주로 증가했다.

업권별로는 상호금융권(+0.9조원), 여전사(+0.9조원), 보험(+0.5조원), 저축은행(+0.4조원) 순으로 늘어났다.

금융 관료들은 전날 회의를 열어 "제2금융권의 경우 주담대를 중심으로 증가세가 확대된 점, 그리고 업권별 증가 양상이 상이하다는 점에서 향후 가계부채 증가 추이를 보다 세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다만 여름 시기의 주택거래량, 그리고 은행을 옥죌 때 이같은 일은 예견된 것이었다.

■ 은행, 정부 규제와 대출 목표 달성...2금융권 영업기회로 활용

은행들은 올해 대출 관련 목표를 얼추 채웠다.

그리고 정부는 최근 대출의 '안정화 추세'를 흐트리지 말 것을 주문하는 중이다.

권대영 금융위 사무처장은 "연초 수립한 경영목표를 초과해 가계대출을 취급한 은행의 경우 반드시 경영목표를 준수할 수 있도록 관리에 만전을 기해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남은 11월, 12월 동안 강화된 관리기조를 이어가야 한다는 지시였다.

최근엔 은행에서 대출을 받기 힘들어진 사람들과 연말 대출 영업 강도를 낮추기 어려운 2금융권 사이의 이해관계가 맞물렸다.

하지만 정부도 제2금융권을 온전히 풀어놓을 생각은 없다.

정부는 일단 최근 제2금융권 대출 증가 양상과 관련해 "2금융권 각 부문에서 가계대출이 전반적으로 상승전환한 점에 대해서는 우려한다"면서도 "증가 양상이 조금씩 다른 만큼 그에 적합한 추가 조치수단을 업권 자체적으로 시행할 필요가 크다"고 했다.

그러면서 "24년 남은 기간 제2금융권에 대해 가계부채 관리계획을 마련토록 할 것"이라며 "25년도에도 제2금융권에 대해 은행권과 마찬가지로 경영계획을 제출받아 이를 기반으로 관리할 것"이라고 했다.

전반적인 실태 점검에도 들어간다.

금융감독원은 "가계부채 증가세가 두드러진 업권 및 금융회사 등을 대상으로 실제 2단계 스트레스 DSR이 제대로 실행되고 있는지,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등이 잘 준수되고 있는지 등 가계대출 전반의 취급 실태를 점검할 계획"이라고 했다.

■ 힘든 시기 보내던 상호금융권, 은행 빈틈 비집고 대출 영업 강화

은행권 대출 관리 강화의 빈틈을 파고든 곳은 상호금융권이었다.

최근 PF 대출 부실화 등으로 피해를 입었던 상호금융은 높은 은행 문턱 때문에 발길을 돌린 개인들을 유혹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농·수·신협과 산림조합 등 4개 상호금융의 전국 단위조합 2,208개 중 745개가 적자일 정도로 상호금융은 상황이 안 좋았다.

상호금융업권은 은행권 대출 관리 강화에 따라 이탈된 대출수요를 흡수하는 역할을 했다. 상호금융은 주담대를 중심으로 대출 증가세가 큰 폭으로 늘린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이제 각 중앙회가 자체적 리스크 관리 강화 방안을 마련하고 개별 조합‧금고에 대해서도 이러한 관리기조에 동참할 것을 촉구하기로 했다.

이밖에 보험업권은 대출 증가폭이 전월과 유사한 수준이었지만, 긴급 생활자금 성격의 보험계약대출 위주로 증가했다. 여전업권은 카드론, 저축은행업권은 신용대출 위주로 각각 증가했다.

당국은 "보험계약대출이나 카드론 등 서민·취약계층의 급전수요와 관련된 대출이 증가하고 있어, 이러한 자금수요에 대해서는 보다 면밀히 살펴보겠다"고 했다.

권대영 금융위 사무처장은 "가계대출을 확고하고 엄격하게 관리하되, 그 과정에서 서민·취약계층에 과도한 자금애로가 발생하지 않도록 균형감 있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 부동산과 대출규제 '저글링' 과정에서 나온 사과

올해 여름 서울 주택거래량이 크게 늘어나고 주택가격이 상승 압력을 받자 정부는 대출 규제 카드를 빼들었다.

하지만 정부가 대출을 압박하는 과정에서 각종 혼선이 일어났다.

주택 매매를 앞둔 사람들은 돈을 구하기도 어려웠고, 기준금리 인하를 앞두고 더 높아지는 대출금리가 괘씸했다.

정부 자신이 종용한 일이었지만, 사회 분위기가 좋지 않자 금감원 등이 나서서 '은행권의 손쉬운 금리 인상'을 비판하기도 했다.

정부가 은행권의 대출금리 인상을 비판하니 이번엔 은행들이 대출을 조였다. 그러자 금융당국은 '실수요자 보호가 필요하다'는 발언하는 등 갈피를 잡지 못했다.

결국 올 여름 주택거래와 대출이 늘어나는 모습을 보면서 당국자들이 서둘러 대책을 마련하려다 보니 상당수 주택 구매자 등이 불편을 겪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9월 10일 은행장 간담회 뒤 "대출정책 운용 때문에 국민, 소비자, 은행에서 업무 담당하시는 분들을 불편하게 해 송구하다"고 사과해야 했다.

하지만 정부 대출정책 혼선은 계속되면서 사과의 양도 늘어났다.

특히 '정책대출'인 디딤돌 대출 등을 제한하기도 하면서 많은 비난을 받았다.

지난 10월 24일엔 박상우 국토장관이 국정감사에 출석해 "과도한 대출 확대를 자제하도록 은행에 요청한 바 있지만 이 과정에서 통일된 지침이 없었고 조치를 시행하기 전에 충분한 안내 기간을 가지지 않아 국민들에게 혼선을 드려 매우 송구하다"고 사과해야 했다.

누가 뭐래도 부동산과 건설이 내수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하다.

부드러운 경기 흐름과 사람들의 편의성을 위해선 적정한 부동산 거래량과 안정적인 가격 흐름이 필요하다.

하지만 서울의 공급 물량 부족과 누적된 수요 등으로 사람들이 빚을 내서라도 집을 마련하려고 하자, 정부가 빼든 카드는 문재인 정권 후반부의 '거래량 죽이기'였다.

뾰족한 대책이 없기도 했지만, 정부는 여전히 가계부채 증가세를 명목성장률 이하에서 관리해야 한다는 금과옥조를 버릴 수 없었다.

내수를 부양하기 위해 금리를 좀더 적극적으로 인하해야 했지만, 이 카드는 누적된 주택 수요를 자극할 수 밖에 없어 걱정이었다. 그러다 보니 금리 인하 타이밍을 늦췄다.

당국은 대출을 조였다가, 푸는 척하다가, 다시 조이는 등 뚜렷한 해답을 찾지 못하면서 '주택정책 방랑기'를 쓰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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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금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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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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