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11-14 (목)

(장태민 칼럼) 네이트 실버의 트럼프 베팅

  • 입력 2024-11-05 15:25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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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미국 통계 사업가 네이트 실버

사진: 미국 통계 사업가 네이트 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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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네이트 실버가 트럼프에 걸었다.

실버는 미국 야구 메이저리그나 선거의 예측 등에서 뛰어난 혜안을 과시했던 인물이다.

최근 뉴욕타임스와 같은 거대 언론사가 '해리스'에 걸었지만 실버는 '해리스 모멘텀'을 인정하면서도 트럼프가 이긴다고 했다.

언론사나 특정 여론 조사업체들이 밴드 왜건 효과를 노려 분위기를 장악하려 할 수도 있지만, 이럴수록 분위기 왜곡만 심해질 가능성도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 야구 통계에 진심인 사람, 선거도 맞춘다

네이트 실버는 야구 통계에 미친 사람들 사이에서 제법 유명했다.

야구 통계에서 유명하던 인물이 선거 등의 영역으로 나와바리(!)를 넓혀 지금은 미국 대선에서도 그의 의견을 주목하는 사람이 많다.

그의 의견이 주목받는 이유는 실적 때문이다.

그는 2008년 미국 대선, 이후의 상원의원 선거, 2012년 대선 등을 맞추면서 '야구 통계 전문가'가 선거 결과도 예견할 수 있다는 점을 알렸다.

미국 시카고대에서 경제학을 공부한 실버는 통계 분야에서 '실무적으로' 승리를 거듭했던 인물이기 때문에 상류층 사람들은 그의 예측을 쉽게 무시하지 못했다.

실버는 최근 미국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를 바이든에서 교체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던 인물이기도 했다.

실버의 관점에서 바이든은 '통계적으로' 트럼프의 대항마가 되지 못했고, 민주당이 조속히 후보 교체 하는 게 그나마 승산을 높일 수 있는 길이었다.

■ 실버는 트럼프

네이트 실버는 트럼프에 한 표를 줬다.

실버는 현지시간 3일 트럼프가 최종 승자가 될 확률을 51.5%, 카멀라 해리스가 이길 확률을 48.1%로 본다고 했다.

실버는 미국 '민주당 매체'인 뉴욕 타임스의 의견에 동조하지 않았다.

뉴욕 타임스는 7개 경합주 중 해리스가 조지아, 네바다, 노스캐롤라이나, 위스콘신까지 4개 주에서 이긴다고 예상했다.

미시간과 펜실베이니아에선 트럼프와 비기다고 봤으며, 애리조나에선 진다고 봤다.

하지만 이 보도가 나온 뒤 실버는 "트럼프는 애리조나에서 이기고 조지아, 네바다, 노스캐롤라이나, 펜실베이니아에선 해리스에 근소하게 앞섰다"고 했다.

미국에서 전국 여론조사에선 해리스가 앞선다는 보도들도 나왔다. 하지만 미국 선거 시스템을 아는 사람들은 '박빙 승부'에선 전국 여론 조사 따위는 의미가 없다는 점도 알고 있다.

미국 대선은 전체 득표율이 아니라 주별로 할당된 선거인단 총 538명 중 과반인 270명 이상을 확보하는 게임이다. '박빙 상황에서의 전체 지지율' 같은 지표는 사실 의미가 없다.

■ 리치먼과 실버

미국에선 젊은 '족집게' 실버먼에 흥미로운 예측 전문가 앨런 리치먼을 맞붙이기도 했다.

앨런 리치먼도 대단한 인물이다. 대학교수인 리치먼은 지난 10번의 대선에서 9번을 맞춘 인물로 알려지기도 했다.

그런 리치먼이 이번에 '해리스'에 표를 던졌다.

하지만 통계 사업가 실버는 자신의 '감'을 믿었다.

실버는 뉴욕 타임스에 "이번 대선 레이스는 사실상 타이(TIE)다. 하지만 내 감은 트럼프가 이길 것이라는 점을 말해준다"고 썼다.

리치먼은 높은 성공 확률로 유명했다.

다만 1984년 선거에선 오류를 범했다. 리치먼은 2천년 대선에서 앨 고어가 이길 것으로 봤지만, 조지 W 부시가 승리했던 것이다.

실버는 2008년 대대적인 국민적 평판을 얻었다. 당시 실버는 대선에서 50개주 가운데 49개를 맞췄다. 그런 실적은 일회성이 아니었다. 실버는 2012년, 2020년에도 이어졌다.

하지만 트럼프가 이겼던 2016년 실버의 모델은 '힐러리의 근소한 차 승리'에 맞춰져 있었다. 중대한 오류를 범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6년 당시 실버의 모델은 '트럼프 승리 가능성 30%'를 예상해 대부분의 전문가나 전망가라는 사람들이 힐리러의 당연한 승리를 예상하던 분위기와는 차별화됐다.

■ 모멘텀 게임과 모멘텀의 과장 가능성

금융시장은 모멘텀에 익숙한 곳이다.

예컨대 수출이 계속 늘어나더라도 증가율이 10%에서 5%로 축소된다면 '늘어나는 수출'이 아니라 '수출 모멘텀 둔화'에 초점을 맞춘다.

사실 이런 접근은 금융 투자를 하는 사람들이 배워야할 '기본적인 접근법'이라고 할 수도 있다.

이번 미국 선거가 흥미로운 대목 중 하나는 해리스의 막판 기세다.

금융시장이 당연히 '트럼프의 승리'를 예상하고 있을 때 해리스가 막판 뒤집기를 시도했다.

모멘텀을 소중히 생각하는 금융시장 입장에선 '트럼프 트레이드'를 정리하면서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비했다.

대선 투표일인 5일 하루 전날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11.4bp나 하락했다. 해리스 승리 가능성에 트럼프 트레이드가 상당부분 뒤집어진 것이다.

다만 해리스의 기세가 과장됐다는 주장도 있다. '모멘텀이 강하더라도 판을 바꿀 정도가 아니라면' 해리스 트레이드를 역이용해야 한다는 조언도 보인다.

해리스의 기세가 찻잔 속 태풍이었는지, 찻잔을 깨는 태풍이었는지는 조만간 드러날 것이다.

한국인 입장에선 해리스가 돼야(!) 무난하지만, 야구판 통계에서 현실을 터득해 나간 젊은 통계학자 실버의 실적과 혜안을 무시하기도 어렵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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