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09-21 (토)

(장태민 칼럼) 오타니 최고의 하루

  • 입력 2024-09-20 14:15
  • 장태민 기자
댓글
0
[뉴스콤 장태민 기자] 야구의 아이콘 오타니 쇼헤이(30)가 현지시간 19일 미국 메이저리그 최초의 50홈런-50도루 기록을 작성했다.

메이저리그 6번째 '40-40' 달성자로 이름을 올렸던 오타니는 이날 가공할 파괴력과 빠른 발은 앞세워 '50-50 클럽' 창시자가 됐다.

이날 오타니는 마이애미 말린스와 원정경기에 1번 지명타자로 출전해 6타수 6안타, 3홈런, 2도루, 10타점, 4득점을 기록했다. 오타니의 활약으로 다저스는 20-4로 대승을 거뒀다.

내셔널리그 전체 승률 꼴찌인 마이애미 마린스 팬들은 커튼 콜을 통해 50-50 창시자를 기념해 줬다.

페넌트레이스 9경기를 남겨둔 현 시점 오타니는 51-51을 기록 중이다. 오타니의 기록 경신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 위대한 야구 선수들과 함께 우뚝 선 오타니

미국 야구 언론들은 일제히 오타니의 기념비적인 날을 기념하는 찬사를 쏟아냈다.

미국 시간 9월 19일 오타니는 야구 역사에 이름을 남긴 위대한 선수들과 나란히 섰다.

오타니의 '50-50' 대기록은 4할 타자 테드 윌리엄스(0.406), 56게임 연속 안타를 친 조 디마지오, ERA 1.12에 빛나는 밥 깁슨, 7개의 노히터를 달성한 놀란 라이언과 함께 야구사에 길이 남을 것이다.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투수와 타자를 동시하는 하는, 사실상 '현대 메이저리그 최초의 인물'이 된 오타니는 부상 재활 때문에 올해 투수로 나서지 못했다.

대신 '타자에 올인'한 오타니가 어떤 모습을 보일지가 세계 야구팬 모두의 관심사였다.

그리고 2024년 타타니(타자 오타니)는 시즌 초 야구팬 대부분이 생각하지 못했던 '50-50'이라는 금자탑을 세웠다.

■ 이날 하루의 기록도 엄청났다

오타니는 8월 23일 40-40 클럽을 달성할 때 '투아웃 끝내기 만루홈런'을 날리면서 홈팬들을 열광의 도가니에 빠뜨렸다.

40-40 클럽은 6번째 가입자가 가장 극적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이날 '50-50'을 달성한 날은 더 대단했다.

이날 오타니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한 경기에서 3개의 홈런과 2개의 도루를 기록한 최초의 선수가 됐다.

이날 한 경기에서 보여준 퍼포먼스는 '경악할 만한' 수준이었던 것이다.

우선 오타니 개인적으로는 6회와 7회, 9회에 3연타석 홈런을 치며 개인 통산 첫 '한 경기 3홈런' 기록을 작성했다.

오타니는 메이저리그 진출 후 자신의 홈런, 타점, 득점, 안타, 도루 기록을 모두 갈아치웠다. 물론 이 기록들은 아직 진행중이다.

LA다저스의 기록들도 수없이 깨트렸다.

오타니는 2001년 숀 그린이 기록했던 한 시즌 다저스 홈런 기록 49개를 넘어섰다.

또 한 경기에서 두 자릿수(10점) 타점을 기록한 최초의 다저스 선수가 됐다.

한 경기 10타점과 5개의 장타(홈런 3개, 2루타 2개)를 동시에 기록한 선수는 다저스 뿐만 아니라 메이저리그에서도 오타니가 처음이었다.

■ 오타니의 '50-50'...홈런

오타니는 어떤 홈런을 쳤을까.

미국 스포츠매체 ESPN에 따르면 오타니는 50명의 투수들로부터 51개의 홈런을 쳤다.

이날 처음으로 한 게임 세 개의 홈런을 쳤으며, 이번 시즌 한 게임 두 개의 홈런을 두 차례 작성했다.

51개의 홈런 중 홈인 다저스타디움에서 26개를 때렸다.

오타니의 연속 홈런 기록은 세 게임이며, 이번 시즌에 이를 두 번 달성했다.

오타니가 홈런을 치지 못한 최장 기록은 9게임이다. 올해 5월 하순 오타니는 홈런 가뭄에 빠진 바 있다.

오타니가 가장 뜨거웠던 때는 6월 11일부터 7월 2일 초여름 시기였다. 이 때 오타니는 19게임에서 12개의 홈런을 생산했다.

좌타자 오타니는 당겨서 27개, 중앙으로 18개, 밀어서 6개의 홈런을 생산했다.

동일한 점수지만, 시각적으로 사람들을 흥분시킨 것 중 하나는 오타니의 홈런 비거리였다.

오타니는 450피트가 넘는 대형 홈런을 무려 9개나 때렸다. 아메리칸리그 홈런 1위인 애런 저지(현재 53개)보다 이 '장거리 홈런'은 3개가 더 많았다.

■ 오타니의 '50-50'...도루

오타니의 도루에서 눈에 띄는 것은 엄청난 '성공률'이다.

흔히 야구를 좀 아는 사람들 사이에선 아무리 도루를 많이 하더라도 성공률이 70%가 안되면 '민폐'라는 말도 한다.

그런데 홈런 타자 오타니의 도루 성공률은 무려 93%에 달했다.

오타니는 55번 도루를 시도해 51번 성공했다.

오타니의 도루 성공률은 50회 이상 도루를 기록한 선수들 중 역대 3위에 해당한다.

맥스 케어리가 1922년 기록한 53회 시도·51회 성공이 성공률 96.23%로 1위다.

2위는 현대 야구팬들도 잘 아는 제이콥 엘스버리가 기록한 56회 시도·52회 성공(92.96%)이다.

오타니는 남은 9게임에서 한 차례 더 시도해 성공하면 엘스버리와 동률이 된다.

성공률 4위는 작년 코빈 캐롤이 기록한 59회 시도·54회 성공(91.53%), 5위는 1980년 제리 멈프리가 기록한 57회 시도·52회 성공(91.23%)이다.

오타니의 도루는 '영양가' 면에서도 역사적 수준에 속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파워와 스피드의 콤비네이션

50-50은 파워와 스피드의 '어울리지 않는' 결합이다.

통상 장타자들은 발이 느리지만, 오타니는 다른 차원의 선수였다.

메이저리그 역사에서 50홈런을 때린 선수를 31명에 달한다. 이 31명의 선수가 49차례에 걸쳐 50홈런을 생산해 낼 때 평균 도루 개수는 7.4개였다.

홈런 50개를 때린 선수가 기록한 가장 많은 도루 개수는 24개였다. 호타준족의 대명사로 꼽히는 현대의 인물 알렉스 로드리게스, 그리고 역사적 인물 윌리 메이스가 그 주인공이다.

오타니는 시즌 초엔 도루에 그렇게 많은 비중을 두지 않았다.

팔꿈치 부상으로 투타니(투수 오타니)로서의 부담을 내려놓은 뒤 시즌 초엔 홈런에 집중했다.

하지만 무키 베츠의 부상으로 오타니가 6월 하순부터 1번 타자를 맡게 됐다. 이 때부터 오타니는 발에 모터를 달고 뛰기 시작했던 것이다.

오타니는 7월에 12개의 도루를 성공시키면서 도루 개수를 28개로 늘린 뒤 쉬지 않고 뛰었다.

야구 역사를 만드는 오타니

오타니는 야구 역사를 새롭게 쓰고 있다.

오타니는 2021년 10개의 홈런과 100개의 탈삼진을 기록한 최초의 메이저리그 선수가 됐다.

이 밖에도 그가 새롭게 작성한 기록들은 많다.

오타니는 2021년과 2023년 두 차례에 걸쳐 아메리칸리그 MVP가 됐다. 만장일치 MVP를 두 번 받은 선수는 오타니가 최초였다.

세계 야구팬들이 오타니에 열광하는 이유는 그가 상식을 깨 버린 선수이기 때문이다.

굳이 축구에 비유하자면 '최고의 리그에서 득점왕을 차지하는 수비수'가 오타니다.

미국에서 '늙은이의 스포츠'로 전락했다는 비아냥까지 받았던 메이저리그는 오타니 쇼헤이, 애런 저지와 같은 최고 스타들의 등장에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오타니가 야구팬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이유는 뛰어난 실력과 외모 뿐만 아니라 그의 야구, 그리고 야구팬에 대한 '진심' 때문이기도 하다.

올림픽 역사상 가장 많은 금메달을 딴 '인간 물고기' 마이클 펠프스가 "모두가 수영을 좋아하게 만들고 싶다"고 말했던 것처럼 오타니도 "모두가 야구를 좋아하게 만들고 싶다"는 열망을 표출하는 선수다.

오타니의 기록 경신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장태민 칼럼) 오타니 최고의 하루이미지 확대보기

(장태민 칼럼) 오타니 최고의 하루이미지 확대보기


출처: 오타니 인스타그램

출처: 오타니 인스타그램

이미지 확대보기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 저작권자 ⓒ 뉴스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로그인 후 작성 가능합니다.

모바일화면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