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민의 채권포커스] 금통위 주택가격·환율 경계감과 무시받은 한은의 금융안정 의지
이미지 확대보기[뉴스콤 장태민 기자] 전날 공개된 금통위의사록에서 금통위원들은 금리인하를 위해선 주택가격과 환율 안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7월 금통위 이벤트 당시 시장 예상보다 매파적인 모습을 보였던 이유도 통화정책 결정에서 '금융안정' 비중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시장에서도 물가안정과 함께 한은의 2대 목표 중 하나인 금융안정과 관련해 한은이 얼마나 비중을 둘지 주목하고 있다.
금융안정과 관련해선 가계부채(주택가격)와 환율이라는 두 요소가 금리 인하 시기와 강도를 결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로 평가받고 있다.
가계부채는 사실상 주택 거래와 가격의 이면이기 때문에 따로 떼서 볼 수는 없다.
■ '인하 열어두자'는 금통위원도 가계부채(부동산)와 환율 안정 '전제조건' 거론
한국은행이 금리 인하 타이밍을 재고 있는 상황이지만 금통위원들은 '금융안정'를 고려하면서 접근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달 금통위에서 포워드가이던스 상 '인하를 열어두자'고 한 위원이 2명으로 늘어났지만, 금통위원들의 금융안정에 대한 경계심은 더 커진 것이다.
특히 한은 포워드가이던스에서 '인하를 열어두자'고 한 A 위원은 인하의 전제조건으로 두 가지 조건을 강조했다,.
이 위원은 "기준금리 인하를 위해서는 두 가지 점이 전제돼야 한다"면서 "우선 외환시장이 안정돼야 한다"고 했다.
글로벌 달러 강세로 인해 대부분 통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상당한 경상수지 흑자에도 불구하고 달러/원 환율이 1,300원대 후반에 머무르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달러/원 환율은 지난 4월 16일 장중 1,400원을 찍은 뒤 당국 개입으로 하락한 바 있다. 한 달 뒤인 5월 중순엔 1,350원 아래로 내려가기도 했지만 이후엔 재차 반등해 최근엔 1,380원대에서 주로 등락했다.
특히 지금은 미국, 일본 등의 통화정책 변화에 맞물린 시기여서 한은으로서도 경계감을 표시하고 있다.
A 위원이 보는 두 번째 전제조건은 '구조조정 및 부동산 가격 안정 필요성'이다.
이 위원은 특히 "금리 인하가 경제의 구조조정 노력을 되돌리거나 일부 지역의 부동산 가격 상승을 촉발하는 계기가 되서는 안될 것"이라며 "최근 주택관련 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 증가세가 다소 높아지고 있는 점도 우려된다"고 했다.
7월 금통위에서 '인하를 열어두자'고 한 위원이 2명이 나왔지만, 전체적으론 부동산 가격과 환율 고공행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던 것이다.
최근 서울과 사실상 서울이라고 평가받는 과천, 분당 등 경기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아파트값 상승세는 더욱 확대되고 있다.
주택 거래량도 늘어나면서 향후 몇 달간 발표될 가계부채가 증가를 나타낼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기준으로 보면 작년 11~12월 월간 1천건대였던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1월과 2월엔 2,500건 내외를 기록했고 3월과 4월엔 4천건대로 진입했다. 이후 5월엔 5천건을 넘긴 5,039건을 기록한 뒤 6월엔 7,374건으로 급증했다.
7월 거래량은 집계중이다. 이날 7월 마지막일 기준으로 4,496건으로 나타나 집계 완료시점엔 6월 수준을 뛰어넘을 게 확실하다.
집값이 가장 높은 서울의 경우 다른 지역보다 거래 신고가 늦는다는 특징이 있다. 또 최근 다시 나타나는 고가 거래의 신고를 늦추는 분위기 등을 감안할 때 7월 거래량이 9천건, 1만건에 육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부동산 거래시 잔금을 치르는 시차 등을 감안할 때 가계부채는 당분간 고공행진을 벌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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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통위 전체 분위기도 금리인하는 금융안정 감안해서
다른 위원들도 금리 인하를 위해선 금융안정이 필요하다는 입장들을 강조하고 있다. 금융안정 섹터 중 환율과 가계대출(주택가격)이 핵심이었다.
B 위원도 "환율 변동성 확대, 큰 폭의 가계대출 증가세, 높아진 주택가격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C 위원은 "환율 상승, 가계부채 증가 및 주택가격 상승 등 현재의 여건을 고려할 때 통화정책의 완화가 가져올 리스크는 더 커졌다"면서 앞으로도 당분간 기준금리를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D 위원은 "주택가격 상승폭 확대로 인한 금융안정 측면에서의 피벗 위험이 증가했다"면서 "물가와 주택가격 추이를 면밀히 확인해 금리인하 시점을 결정하되, 인하가 금융시장 불안정 요인을 확대하지 않도록 거시건전성 정책과 긴밀히 공조해야 한다"고 했다.
E 위원은 "외환시장의 변동성 확대 가능성과 주택가격 상승, 가계부채 증가 등 금융불균형 누증에 대해서는 경계해야 할 필요성이 좀더 커졌다"고 했다.
현재 국내시장에선 다수 투자자들이 10월 금리 인하를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금통위원들의 발언을 보면 최근 오름폭을 확대하고 있는 수도권 집값 안정 여부가 인하 결정의 걸림돌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한은의 한 직원은 "금통위가 금리 인하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부동산, 환율 움직임을 보고 결정하겠다는 것"이라며 "특히 최근 다시 집값이 오름폭을 키우고 있어서 경계감이 큰 상황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위원은 기준금리를 내리고 싶어하지만 집값 급등을 방조했다거나 조장했다는 미래의 평가를 두려워하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정부의 거시건전성 정책에 따른 부동산, 외환시장 반응이 한은이 금리를 움직일 수 있는 룸을 확보해 줄 수 있을지 봐야 하는 상황이다.
■ 시장은...'금통위 의지보다 중요한 게 있다' vs '그래도 금통위 무시하는 정도 심하다'
시장은 그러나 한은의 금융안정 의지를 '할인해서' 보고 있다.
한은의 금융안정 의지가 얼마나 장기간 정책금리를 묶어둘 수 있을지 의문도 갖고 있는 것이다.
연준의 정책 스탠스, 외국인 수급, 한은이 말과 다른 행동을 할 가능성 등을 감안해서 접근하고 있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집값이 오르고 한은의 매파적 스탠스도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연준의 스탠스"라며 "최근 정부도 금리 인하를 원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지금은 금통위의 말발이 잘 먹히기 힘든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한은 역시 FOMC의 결정에 큰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했다.
하지만 시장금리의 기대감 반영 정도를 감안할 때 중앙은행을 무시한 대가를 치를 것이란 시각도 있다.
다른 증권사 딜러는 "7월 금통위 이후 한은 말발이 안 먹혔지만, 한국은 올해 금리를 내리더라도 1차례"라며 "하지만 시장이 2번 이상을 반영하고 있어 이미 이 상황 자체가 과하다"고 했다.
다만 현재의 낮아진 금리는 6월부터 선물을 대거 매수한 외국인이 만든 것이다. 여전히 외국인 매매 등 수급 요인에 따라 시장 가격변수는 등락하는 중이다.
증권사의 한 채권중개인은 "외국인은 금통위의사록 따위는 전혀 보지 않는 것 같다"면서 "FOMC도 대기하고 있지만 BOJ가 금리를 인상하는 모습 등을 보고 나면 지금의 장세장이 되돌릴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