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콤 장태민 기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현지시간 10일 11개 자산운용사의 비트코인 현물 ETF 신청서를 승인한 뒤 가상자산의 미래가 주목을 끌고 있다.
운용사들은 수수료를 낮춰 초기 가상자산 ETF 시장의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경쟁에 돌입했다.
일부 운용사는 ETF 출시 직후 6개월간 운용보수를 물리지 않는다는 조건까지 내세우면서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비트코인 현물ETF 발행사들의 수수료 인하는 향후 가상자산 거래소를 통한 비트코인 거래를 상당부분 대체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결제와 관련해선 현금정산 방식이 채택됐다. 현물정산이 아닌 현금정산에선 ETF 발행사가 직접 비트코인을 거래하기 때문에 거래 상대방을 특정 거래소와 브로커로 제한할 수 있다.
비트코인이 제도권 투자자들과 연관성을 높이면서 향후 헤지펀드, 연기금 등도 가상자산 시장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다만 가상자산 수요층 확대에 대한 기대감은 이미 가격이 급등하면서 상당부분 반영된 측면도 감안해야 한다.
■ SEC의 후퇴
그간 미국 SEC의 게리 겐슬러 위원장은 가상자산을 둘러싼 법적 분쟁에서 패소하면서도 비트코인 등에 대한 강경 대응 자세를 취하곤 했다.
지난 해 9월 상원은행위원회에서 겐슬러는 "업계의 광범위한 증권법 위반을 고려할 때 향후 시장에서 많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가상자산은 증권에 적용하는 법률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상자산이 사실상 증권이어서 SEC가 규제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그간 SEC는 암호화폐는 발행사가 없으나 증권성을 보유하고 있으며, 사기나 시세조작에 대한 감시가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금융시장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이런 이유들을 들어 현물 ETF에 대한 승인을 거부해왔으나, 소송에 패소하면서 비트코인 현물 ETF 상장과 거래를 승인하게 된 것이다.
2023년 8월 그레이스케일이 제기한 소송에서 패소한 것을 계기로 일단 손을 든 셈이다.
세계 최초 비트코인 현물 ETF는 지난 2021년 캐나다에서 상장된 바 있다. 당시 캐나다는 Purpose Bitcoin ETF를 상장했다. 이제 세계에서 가장 크고 압도적인 미국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가 본격 등장했다.
송주연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SEC의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에 대해 "선물 ETF와는 다르게 현물 ETF 운용시 기초자산인 비트코인의 상당을 직접 보유해야 한다는 점에서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할 것"이라며 "비트코인의 제도권 내 진입으로 새로운 투자 대안으로 떠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 비트코인 2023년의 급등...기대감 상당부분 반영
1년 전인 지난해 초만 하더라도 비트코인 가격은 2천만원을 살짝 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지난해 상반기가 지속적으로 올랐다. 결국 상반기가 끝나기 전에 4천만원을 넘어서는 모습을 보인 뒤 조정을 받았다.
비트코인은 4천만원대 초반에서 막힌 뒤 하락과 상승을 반복했다.
비트코인은 8~9월 중 3400만원대로 하락해 조정을 받은 뒤 10월 들어 급등세로 돌변했다.
상승기세가 이어지면서 12월 초엔 6천만원을 넘어서는 모습을 보였으며, 올해 초엔 6600만원을 상회하는 모습까지 연출했다.
현재는 6천만원에 근접한 수준에서 숨을 고르고 있다.
10월부터 비트코인이 급등세에 돌입한 이유는 미국 SEC의 현물 ETF 상장 승인 기대 때문이었다.
가상자산이 제도권 내로 편입돼 수요가 늘어나고 시장이 커지면서 가격이 오를 것이란 기대감이 작용한 것이다.
금리인하 기대감에 따라 11월~12월 주가가 크게 뛰는 분위기에도 자극을 받았다.
수급적으로 올해 4월로 예정돼 있는 반감기 도래에 따른 기대감까지 작용했다. 결국 비트코인은 지난해 150%가 넘는 두드러지는 상승폭을 보이면서 거래를 마쳤다.
■ 본격 투자 자산군으로 편입된 가상자산....기관, 개인 모두 편입해야 할 자산으로 등극?
비트코인이 제도권으로 본격 편입되면서 코인 거래량이 늘어날 것이란 기대감도 커졌다.
비트코인 현물 ETF는 투자 장벽을 낮춰 기관, 개인의 신규자금 유입을 촉진할 수 있다.
갤럭시 리서치는 비트코인 ETF 상장으로 인한 신규 자금 유입분을 144억달러 내외로 추정했다. 현재 비트코인 시총은 9천억 달러 정도다.
갤럭시 리서치는 "투자 여력이 있는 기관투자자의 10%는 자산 포트폴리오 내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 비중을 1% 정도 할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Bitwise & VettaFi는 "현재 크립토에 투자하지 않는 89%의 기관 투자자 중 88%가 실물 ETF 상장 시 크립토 투자를 나서겠다고 응답한 바 있다"고 밝혔다.
미국 SEC의 비트코인 ETF 승인은 상당수 개인들을 시장으로 불러모을 것이라고 전망들도 나오고 있다. 개인들은 가상자산을 직접 보유하는 것보다 ETF를 통한 투자를 훨씬 더 선호한다는 설문 결과도 있다.
개인 투자자들 역시 이제 주식, 채권 등 전통자산 외에 포트폴리오 배분 차원에서 가상자산 활용에 대한 욕구가 커질 것이란 진단도 보인다.
서울 여의도의 한 투자자는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없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은 찜찜한 시대가 됐다"면서 "일단 큰 이슈가 발표됐다. 최근 비트코인이 지난해 급등이나 호재 기반영으로 약간 조정을 받았지만 향후 다시 급등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가상자산은 이제 들고 가야할 자산군이 됐다. 물론 변동성이 커 크게 하면 휘둘릴 수 있다"면서 "최소 주식 자산의 10% 정도는 가상자산에 배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믿음이 있다면 비중을 높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상자산이 본격적인 투자 자산군이 되면서 기관, 개인 등의 자산배분에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올 수도 있는 것이다.
■ 올해 봄 비트코인의 중대 수급 이벤트 대기...조정과 추가 급등 기대 사이에서
올해 4월말 비트코인 반감기가 도래한다. 반감기는 블록당 채굴 보상이 절반으로 감소하는 시기다.
이 수급 이벤트는 단기적으로, 그리고 중기적으로 모두 영향을 줄 수 있다.
우선 채굴보상 감소로 단기적인 가격 하락 압력이 나타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좀 길게 보면 공급 감소 효과로 비트코인이 더 귀해지면서 가격이 급등할 수 있다는 전망도 동시에 보인다.
김희진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반감기가 도래해 채굴 보상이 1/2로 감소하면 수익성 악화로 비트코인 채굴업체들은 반감기 이전에 비트코인을 선제적으로 매도할 가능성이 있다. 이로 인해 반감기 직후에는 비트코인 가격이 일시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김 연구원 그러나 "지난 2012년과 2016년, 그리고 2020년 세차례의 반감기 이후 비트코인 가격은 150일 이후 각각 928%, 17%, 24% 뛰었던 전례가 있다"면서 중기적으론 공급감소에 따른 강세 가능성이 있다고 풀이했다.
비트코인의 발행량은 2,100만개로 제한돼 있다. 이 중 90%가 이미 채굴돼 남아있는 양은 약 200만개다
JP모간은 "채굴업자 중 생산비용이 높거나 장비가 비효율적인 기업들은 반감기 이후 시장에서 출당할 가능성이 높다. 해시레이트(채굴 속도)가 20% 하락할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다른 코인에도 영향
비트코인 현물 ETF가 승인돼 올해 향후 이더리움 현물 ETF도 승인될 것이란 기대감도 확산됐다.
지난해 이더리움 가격은 비트코인, 솔라나, 아발란체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오름폭이 제한됐다. 이더리움은 그러나 덴쿤 업그레이드, 현물 ETF 승인(5월) 등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할 수 있다.
Blackrock을 포함하여 현재 총 6개 발행사가 SEC에 이더리움 현물 ETF 상장 승인을 신청한 상태다.
이더리움의 대기중인 이벤트와 상대적 가격 메리트 등을 주목하는 모습도 보인다.
임민호 신영증권 연구원은 "비트코인/이더리움 가격 비율은 2022년 5월 이후 최고 수준이기 때문에 이더리움은 비트코인 대비 상대적 가격 메리트가 존재한다"면서 "5월까지 이더리움 현물 ETF 승인 기대감이 있으며 상반기에는 레이어2 롤업 확장성, 스마트 계약 저장 개선 등을 골자로 하는 이더리움 덴쿤(Dencun) 업그레이드가 예정되어 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롤업 기반 레이어2 확장성을 줄여주는 프로토 당크샤딩이 핵심인 만큼 아비트럼, 옵티미즘 등 레이어2 프로젝트들도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비트코인 ETF가 상품으로 승인된 가운데 이더리움과 같은 유명 코인에 대한 기대감 뿐만 아니라 디지털 통화로 불리는 스테이블 코인도 활성화도 관심을 끈다.
스테이블코인은 달러, 유로 등 전통 통화에 고정시킨 디지털 통화다. 스테이블코인은 전체 가상자산 시가총액의 7~8%를 점유하고 있다.
코인이 제도로 들어오면서 달러와 같은 법정통화에 페그된 스테이블 코인의 경우 결제 측면에서 일대 전환기를 맞이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다. 법정통화에 페그된 자산인 만큼 아울러 안전자산 측면에서도 관심을 끌 수 있다.
포브스는 "스테이블코인은 토큰 경제에서 명확한 사업모델을 갖고 있다"면서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통한 미국 패권 강화 움직임 등을 감안할 때 스테이블코인의 활용도가 높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스테이블코인 시총에선 테더 70% 남짓, USDC가 20%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가상자산 가격은 2022년 '크립토 윈터'를 지낸 뒤 2023년 급등했다.
시총이 두 배 이상으로 커진 가운데 감독당국들은 법안 정비를 통해 가상자산을 품으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가상자산의 가파른 급등 뒤 다시금 과열에 대한 경고도 나왔지만 가상자산 생태계에 상당한 변화가 찾아오면서 앞으로 향후 가상자산 수요, 그리고 각종 투자자산의 배분 등에 어떤 변화가 나타날지 주목된다.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SEC의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가상자산 시장과 자산배분에 미칠 영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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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확대보기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