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출처: 연준
(장태민 칼럼) 잭슨홀에서 단결한 중앙은행업자들과 9월 최대 이벤트
이미지 확대보기[뉴스콤 장태민 기자] 지난 6월 미국, 한국 등 각국 금리는 고점을 찍은 뒤 빠르게 하락했다.
6월 FOMC가 기준금리 인상폭을 75bp로 확대한 이후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부각됐다. 이러자 사람들은 연준의 통화긴축 강도에 대한 예상치를 낮췄다.
시장금리가 다시 속락하고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도 반등했다.
특히 6월 FOMC를 전후해 시장은 평소에 보지 못한 엄청난 변동성을 목격했다.
당시 미국 현지시간 15일 오후 2시에(한국 16일 새벽 3시) FOMC 결과가 나왔다. 지난 6월 FOMC 전후의 변동성은 상상하기 힘든 수준이었다.
미국10년물 금리를 중심으로 살펴보면 10일 12bp, 주말을 보낸 13일 20bp, 14일 12bp 폭등한 뒤 FOMC 당일인 15일엔 19bp 폭락했으며, 다음날도 금리 레벨을 9bp나 더 뺐다.
미국 10년물 금리는 14일 3.4781%에서 고점을 찍은 뒤 빠르게 레벨을 낮춰 7월 5일엔 2.8036%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너무 달린 시장은 또 한번의 큰 스텝을 대비하면서 3%를 넘어섰다.
■ 7월 자이언트스텝도 '호재로' 작용했던 이벤트
6월 회의 이후 시간이 한달 반 흐른 7월 FOMC(미국 17일 오후 2시 결과 발표)도 금융시장엔 우호적으로 작용했다.
정책금리는 75bp나 올렸지만 금리에 예민한 나스닥이 급등했다. 나스닥은 4.06% 뛰었으며, 미국채 금리도 7월 FOMC 당일부터 4일간 레벨을 23bp 남짓 낮췄다. 금리는 주가가 너무 기뻐하자 부담을 느끼면서 FOMC 당일엔 1.5bp 남짓 빠지면서 다소 조심하는 듯 하더니 레벨을 낮췄다. 이후 FOMC의 결과 발표 5일차에 금리는 18.05bp 점프했다.
7월 FOMC는 6월 CPI 상승률(전년비 9.1% 급등)이 1981년 이후 41년만에 가장 가파르다는 점을 확인한 뒤 열린 이벤트였다. 물가 때문에 이벤트를 앞두고 울트라스텝(100bp) 전망이 급부상했으나 연준이 75bp 올리자 시장이 환호한 측면이 적지 않았다.
특히 이 이벤트에선 연준이 시장을 배려하는 듯한 모습도 보여 투자자들은 희망을 얻었다.
당시 연준은 9월 FOMC의 75bp 인상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지만 정책금리가 필요수준에 근접하고 있다면서 속도조절 가능성을 시사했던 것이다.
당시 연준은 정책금리는 완만하게 긴축적인(moderately restrictive) 수준에 도달할 필요가 있으며, 선제적인 금리인상으로 필요한 수준에 근접하고 있으며(we are getting closer to where we need to be), 언젠가 금리인상 속도를 낮추는 게 적절할 것(at some point it will be appropriate to slow rate increases)이라고 했다.
연준은 향후 구체적인 금리인상 폭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고 회의별로 정책방향을 판단할 것이라는 포워드 가이던스 포기 선언과 함께 금리인상에 주눅이 든 금융시장에 희망을 주는 메시지를 던졌다.
하지만 9월 FOMC 이전 상황은 또 다시 변했다.
■ 6월 FOMC부터 8월 초·중순...짧았던 22년 채권·주식의 화양연화
연준은 7월 FOMC 당시 9월 FOMC에서도 '이례적인 큰폭 인상'(unusually large increase, 75bp)이 적절할 수도 있지만 경제지표 결과를 감안해 금리인상폭을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7월 자이언트스텝을 밟았던 당시 연준이 '인상폭이 이례적이다. 필요한 수준에 다가서고 있다. 언젠가 속도를 낮추는 게 적절할 수 있다'고 하자 사람들은 희망을 품었다.
그리고 그 7월 FOMC도 6월 FOMC부터 8월 초까지 이어진 금리 하락 기간에 속한 이벤트 중 일부가 됐다.
미국10년 금리는 6월 14일 3.4781%에서 고점을 찍은 뒤 8월 1일엔 2.5705%로 급락했다. 한 달 반 정도의 기간에 금리는 90bp 넘게 되돌림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금리에 예민한 나스닥은 지난 6월 17일 10,646.10까지 밀린 뒤 대략 2달간인 8월 15일엔 13,128.05까지 뛰었다. 나스닥이 지난 6월의 저점에서 2달이 채 안 되는 기간 23% 뛴 것이다.
이 기간 시장은 경기침체와 물가 피크아웃 전망을 바탕으로 연준 피봇(pivot)에 대한 기대감을 부풀렸다.
즉 내년 하반기, 빠르면 내년 상반기 중 연준이 금리를 내릴 것이란 희망을 품었다.
■ 시장 반응에 곤혹스러웠던 연준...잭슨홀에서 매파로 일치단결한 중앙은행업자들
하지만 연준은 자신들이 심어준 '헛된 꿈'이 기대인플레 관리에 독이 된다는 점을 인지한 듯 했다.
지난해 연준은 물가 급등을 '일시적 현상'으로 평가하는 우를 범했다.
그리고 계속해서 자신들의 예상보다 물가가 높게 나온다는 점을 확인했다.
연준은 자신들도 미래가 어떻게 전개될지 몰랐기에 '데이터 디펀던트'라는 면피용 표현을 그럴 듯하게 구사했으며, 더 이상 포워드 가이던스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점도 인지했다.
여러 차례의 말 실수 뒤 연준도 나름의 깨달음을 얻은 듯했다.
7월 FOMC의 발언이 일부 사람들에게 헛된 희망을 줬으나, 지금은 그런 기대를 품게 해선 안 된다는 점과 물가를 제대로 제어하는 게 먼저라는 점을 인지하는 듯했다.
잭슨홀에서 파월은 '군더더기 말'을 제거한 채 단호해졌다.
파월은 8월 26일 8분 짜리 짧은 연설을 통해 물가안정 책무는 '무조건적'이란 입장을 강조했다.
파월은 당시 "멈추거나 쉬어갈 때가 아니다. 물가안정을 위해 경제에 부담이 될 만큼 높은 금리를 유지하겠다. 또 한 번 이례적으로 큰 폭의 금리인상이 적절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고 말했다.
2022년 잭슨홀은 파월이 7월 FOMC의 말실수에 대한 짧은 굵고 반성문을 발표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당시 파월은 "인플레이션이 장기 목표 수준인 2%에 근접할 때까지 밀어붙일 것"이라며 70~80년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을 것임을 명백히 했다.
잭슨홀에 모인 유럽의 통화정책 위원도 '우리도 75bp 올릴 수 있다'면서 연준에 동조했다. 이후 그들은 그 약속을 지켰다.
IMF 등에서 오래 근무해 '국제 분위기에 익숙한' 이창용 한은 총재도 잭슨홀로 날아가 "인플레이션이 꺾일 때까지 금리 인상을 지속하겠다. 한은이 미 연준보다 먼저 인상을 시작했지만 인상을 먼저 종료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매파적인 현장 분위기에 도취했다.
한은 총재는 8월 금통위에서 '한은은 연준에 독립적이지 않다'는 발언을 통해 금융시장 사람들을 한껏 놀래킨 뒤 북미, 구라파 쪽 중앙은행업 종사자들과 한 통속임을 과시했다.
2022년 8월 잭슨홀은 중앙은행업에 종사하는 자들이 '매파로 일치단결'하는 듯한 꽤나 기묘한 이벤트였다.
■ 6월, 7월의 반복이냐, 아니면...
잭슨홀 심포지엄을 통해 각국 통화정책 위원들이 매파적인 발언을 쏟아낸 뒤 이젠 인플레이션 피크아웃 시점이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빨리 물가상승률을 낮추느냐가 관건이 됐다.
벤 버냉키, 재닛 옐런이 연준 의장을 할 때 물가가 제대로 오르지 않아 낮은 금리가 지속되는 'Lower for longer' 시대가 이어졌다면, 이젠 'Higher for longer' 시대가 됐다.
최근 나온 미국의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Higher for longer 시대에 어울리는 수치를 보여줬다. 그리고 100bp 인상 가능성까지 띄웠다.
이달 13일 발표된 미국의 8월 CPI는 8.3% 올라 8.0% 정도의 시장 예상을 웃돌았다. 특히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물가가 전년비 6.3%, 전월비 0.6% 올라 예상(6.0%, 0.3%)을 상회하면서 사람들을 긴장하게 만들었다.
유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근원 CPI는 물가 상황이 만만치 않다는 점을 어필했으며, 미국 금융사들은 연말 기준금리 4%, 내년 1분기 4.25% 등으로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재무장관을 지낸 래리 서머스는 16일 "기준금리가 최종적으로 4.5%를 하회하기 보다는 4.5%를 웃돌 것 같다. 5%를 웃돈다고 해도 나는 놀라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이 근본적으로 매우 심각한 인플레에 직면해 있다고 했다.
9월 FOMC는 잭슨홀을 통해 연준이 마음을 새롭게 다잡은 뒤 열리는 이벤트다.
그리고 지금은 금융시장 종사자들이 '매파적'인 FOMC를 당연시하고 있다. 이제 매파성의 강도를 주목하고 있다.
세 번 연속 자이언트스텝이 단행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인 가운데 일각에선 울트라스텝까지 고려하고 있다. 금융시장은 다시금 FOMC가 그들의 예상에서 얼마나 벗어날지 살펴야 한다.
9월 FOMC 회의는 20~21일 이틀간 열리며 한국인들은 22일 새벽에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연준이 정책금리를 3월 25bp, 5월 50bp, 6월과 7월 각각 75bp 인상해 현재 2.25~2.50%로 맞춰 놓은 가운데 시장은 5번째 인상 이벤트를 앞두고 인상 폭과 코멘트 등에 긴장하고 있다. 최근 선물시장은 75bp 인상을 예견하면서도 20% 정도는 100bp 가능성도 열어뒀다.
이번에 나올 점도표도 큰 주목을 끈다. 연준 사람들의 공식적인 정책금리 전망은 향후 인상 속도를 가늠할 하나의 바로미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회의 때는 올해와 내년 정책금리를 3.4%, 3.8%로 전망했으나 이제 또 다시 상향 조정은 불가피하다.
점도표가 올라갈 수 밖에 없는 만큼 연준의 성장률 전망은 올해와 내년 각각 1.7%에서 하향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근원 PCE 인플레는 올해와 내년 각각 4.3%, 2.7%에서 상향 수정될 듯하다.
투자자들은 또 파월의 발언을 통해 9월 이후 금리인상 속도, 인플레이션 고점 시점과 물가 경로, 경기에 대한 코멘트 등을 추론하는 작업을 남겨두고 있다.
시장이 이번에도 미국의 이벤트를 '불확실성 해소' 삼아 분위기 전환을 시도할지, 아니면 커뮤니케이션 실패를 딛고 쇄신한 매파들의 목소리에 또다시 좌절을 경험하게 될지 조만간 판가름 난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