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콤 김경목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유럽국가들에 천연가스 판매 대금을 루블로만 결제하도록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러시아의 이 계획은 "러시아와 서방국가와의 교착 상태를 더욱 심화할 뿐만 아니라 1970년 이후로 유로존의 최악의 에너지 위기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것"이라고 블룸버그가 23일 보도했다.
푸틴이 러시아 중앙은행에 "1주일 이내로 천연가스 판매대금을 루블로 결제할 수 있는 매커니즘을 개발하라"라고 명령한 이후 유럽 천연가스 가격이 장중 30% 이상 폭등하기도 했다.
푸틴의 이런 행보는 우크라이나를 사이에 놓고 러시아와 서방국가들의 갈등이 심화되는 와중에 러시아가 에너지를 무기화하는 데 기꺼이 나설 수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구체적인 사항은 나오고 있진 않지만 루블화 결제를 요구함으로써 서방 제재로 급락했던 루블화 가치를 높이려는 행보로도 해석이 된다.
코스콤CHECK(5500)에 따르면 23일 장에서 달러/루블 환율은 9.4% 급락해 89.25루블로 마감했다. 지난 7일 장 중 고점인 150루블까지 치솟았던 달러/루블 환율은 10일부터 내림세를 나타내며 90루블 수준까지 내려선 상황이다.
한편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가장 많이 구매하고 있는 독일은 루블화 결제라는 것은 계약 위반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EU국가들과 어떻게 대응할 지에 대해서 논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두번째로 많은 양의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구매하고 있는 이탈리아도 "러시아 가스 구매 비용을 루블화로 지불할 의도가 없다. 이는 유럽국가들의 러시아 제재 효과를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의 경제보좌관인 프란세스코 지아바치는 "이탈리아가 유로화로 러시아산 천연가스 구매 비용을 결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루블 결제가 러시아의 제재 회피 방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탈리아가 유로화로 결제를 계속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경목 기자 kkm3416@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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