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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러우전쟁, 에너지발 인플레 압력 강화 가능성...원유 급등 기대와 한계

  • 입력 2022-02-28 14:05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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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국내외 금융시장은 24일부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현실화를 반영하기 시작했다.

국내 주가는 급락 뒤 반등했으며, 채권가격은 급등 다음 날 속락했다.

WTI는 전쟁 발발 소식에 100달러로 급등하다가 지난 주말엔 90달러 초반으로 하락했다.

원유나 천연가스 등 에너지 가격 상황은 향후 주식, 채권 등 금융시장 모두에게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금융시장의 유가 흐름을 주시하는 모습들은 이어지고 있다.

■ 4일만에 반락한 유가...일단 90달러대 초반

지난 25일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 가격이 1.3% 하락해 배럴당 91달러 대로 내려섰다.

유가는 4일만에 반락한 것이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협상 기대가 유가 하락을 압박했다. 미국이 러시아 제재와 관련해 에너지 부문을 겨냥하지는 않겠다는 뜻을 재확인한 점도 하락 요인이 됐다.

지난 금요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WTI 선물은 전장대비 1.22달러(1.3%) 낮아진 배럴당 91.59달러를 기록했다.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선물은 1.15달러(1.16%) 내린 배럴당 97.93달러에 거래됐다.

한 주간 WTI는 1.5%, 브렌트유는 4.7% 각각 상승했다.

아모스 호치스타인 미 국무부 에너지 안보 선임보좌관은 "대 러시아 제재에서 원유를 목표로 삼지 않을 것"이라며 "러시아 대통령을 압박하기 위해 에너지를 제재 대상으로 삼으면 가격이 뛸 텐데, 그럴 경우 러시아 대통령이 고통 받겠느냐"고 지적했다.

하지만 정치적 불확실성이 크다 보니, 유가 급등 우려는 여전히 많다.

■ 여전히 상당한 국제유가 급등 우려

전쟁 시나리오에 따라 다르지만 국제유가가 100불을 넘어선 뒤 추가 상승룸을 찾을 것이라고 기대감도 꽤 많이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7일 "지난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으로 8년만에 처음으로 유가가 100달러를 넘어서는 모습을 보였다"면서 "월스트리트엔 유가 100달러는 단지 시작일 뿐이라는 베팅이 등장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선물과 옵션 시장에서 원유 비중 확대에 베팅하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주말 WTI 90불 초반으로 내려왔지만, 유가 고공행진에 베팅하려는 투자자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에너지 관련 매체 오일프라이스닷컴은 "인플레가 지금 40년만의 최고치인 7.5%를 기록 중이지만, 일부에선 상황이 더 나빠질 것으로 우려한다"면서 "러시아 에너지에 대한 제재는 유가를 125달러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잇으며, 이는 성장과 고용에 타격을 입힐 수 있다"고 보도했다.

서방 진영이 러시아의 제재에 따라 에너지 부문이 자극 받지 않도록 신경을 쓰고 있지만, 결국 영향이 갈 것이란 우려도 보인다. 아울러 당장 일부 러시아 은행이 SWIFT에서 배제되지만, 이 역시 결국 에너지 가격을 자극하게 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JP모간 등이 원유 120달러대 가능성을 거론한 가운데 심각한 상황이 초래될 경우 2008년 때의 고점인 150달러까지도 열어둬야 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는 실정이다.

■ SWIFT 제재와 유가

현지시간 26일 미국, EU, 영국, 캐나다는 공동성명을 통해 SWIFT 결제망에서 일부 러시아 은행 배제를 발표했다.

이런 위험에 대비해 러시아와 중국 양강은 상호 '버퍼'를 확충해 놓았다. 서방이 주도한 금융 결제 파이프라인 SWIFT 대신 자체적인 망을 만들고 상호 협조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SWIFT에서 배제될 경우를 대비해 위안이나 루블 거래를 늘리는 등 준비를 해왔다.

또 러시아는 2014년 크림반도 병합으로 서방의 제재를 경함한 뒤 SWIFT 제재에 대비해 자체 금융 결제망인 러시아금융통신시스템(SPFS)를 개발했다. 러시아는 이를 중국의 중국국제결제시스템(CIPS)와 연결했다.

중국(CIPS)과 러시아(SPFS)는 2019년부터 SWIFT에 대응한 금융결제시스템 공조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양국의 이런 노력은 한계가 있다.

황수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중국과 러시아의 결제시스템에 참여하는 기관은 1100여개에 불과해 1만 1천개 기관이 참여하는 SWIFT를 대체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현재 이란, 북한이 SWIFT 제재 대상이다. 이란은 2012년 제재를 받았으나 2015년 핵합의로 제재가 해제된 바 있다. 이후 트럼프 정부 출범 후인 2018년 2단계 경제제재 단행으로 다시금 SWIFT에서 배제됐다.

하지만 이런 제재는 원유 수급과 가격 흐름을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 사실 이번에도 러시아를 SWIFT에서 차단하면 러시아 천연가스를 공급받는 유럽 국가들의 거래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과거 이란에 대한 제재 당시 미국은 유가 안정을 이유로 이란으로부터 원유를 수입하는 국가들에 대해 한시적으로 원유수입을 허용했다.

이 과정에서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는 국가와 기업은 수입대금을 이란 수출기관에 바로 지급하지 않고 수입국 은행의 에스크로 계정을 통해 지급했다. 에스크로 계정은 일정한 조건에 이를 때까지 결제금액을 예치해두는 계정이다.

황 연구원은 "이번 러시아 제재에서 미국은 에너지 관련 제재는 아직 언급하고 있지 않다"면서 "그 이유는 가격 압력 때문이며, 향후 유가 안정화시 추가 제재 방안이 될 가능성은 있다"고 밝혔다.

그는 반면 "유럽은 에너지 제재를 포함하고 있으며,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 서방 압박 받는 러시아, 가스를 레버리지로 활용할 가능성

기본적으로 러시아가 자신들의 원유와 가스를 이번 전쟁에 있어서 중요한 지렛대로 활용할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다.

원유나 천연가스에 대한 수요를 잘 알고 있는 러시아가 이를 최대한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일프라이스닷컴은 "서방 열강들이 러시아의 오일과 가스를 제재하는 데 주저하는 이유는 러시아가 달러를 필요로 하는 것 이상으로 서방이 러시아의 천연가스를 원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매체는 "일정 부분 높은 에너지 가격 때문에 러시아는 지금 외환 보유액을 6,300억달러나 보유하고 있다"면서 "이런 규모의 자금은 러시아가 유럽으로 가는 수도 꼭지를 잠궈버릴 수 있다는 점을 얘기해 주고 있다"고 해석했다.

원유 가격 상승세는 러시아가 GDP(약 1.5조 달러)의 40%를 넘는 외환보유액을 확충하는 데 큰 도움을 줬다.

러시아는 세계 3위의 원유 수출국이며, 세계 2위의 천연가스 수출국이다. 러시아는 세계 원유의 10%를 생산하고 있으며, 유럽 국가들에겐 최대 천연가스 공급처다.

사실 최근 수개월 동안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갈등 속에서 가스 공급 질서를 어지럽힌다는 비판도 받아왔다.

지금은 러시아도 위기에 처한 만큼 가스라는 지렛대를 활용해 서방을 압박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지속되고 있다.

EU는 상당수가 우크라이나를 통과하는 러시아 파이프라인을 통해 필요한 가스의 40%를 충당하고 있다.

■ 재료 상당폭 반영한 유가, "유가 추가 상승 베팅 위험" 지적도

하지만 현재의 원유가격에 러시아-우크라이나 갈등 문제가 상당히 녹아 있다는 진단들도 보인다.

최근 러시아의 침공으로 전쟁이 발발했지만 작년 가을 이미 두 나라의 갈등이 심화돼 유가에 이런 재료가 많이 반영돼 있다는 것이다.

또 러시아산 석유 공급 차질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원유 제재가 만만치 않은 점이나 OPEC+의 공급 정상화 기조 등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4월 이후에도 매월 하루 40만배럴(bpd) 증산이 예상된다. 지난 7월 합의한 ‘U.A.E.등 5개국 감산 합의 기준 상향 조정(총 160만bpd)’건도 오는 5월부터 효력이 발생한다"며 "이제 유가 낙관론보다는 석유시장 수급상 '공급우위' 전환과 유가 하방 변동성 확대 가능성을 대비할 때"라고 권고했다.

그는 "최근 WTI, Brent 등 유가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한때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한 후 하락 반전했다"면서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협상 여지와 서방국들의 전략비축유 방출, 러시아 제재에서 '원유 예외' 방침 등이 추가적인 유가 상승을 제어했다"고 지적했다.

황 연구원은 "투자자들의 시선은 지정학적 긴장에서 다시 ‘긴축’으로 이동 중"이라며 에너지 섹터 투자전략을 비중확대에서 중립으로 내렸다.

각국이 고물가를 계속 간과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란 핵협상 타결 가능성이 높은 점 등으로 유가가 계속해서 오르기 만만치 않을 것이란 관측도 보인다.

김소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재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전세계 물가 수준이 높고, 유럽은 러시아에 대한 가스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미국과 NATO는 원자재 관련 제재를 강화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2014년 크림반도 사태 이후의 원유시장 사례를 봐도 유가가 주구장창 오르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국제유가는 2014년 6월 배럴당 107달러까지 상승한 이후, 2016년 26달러 수준으로 하락했다. 현재와 2014년 원유시장은 유사한 점이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 외에도 연준의 통화정책 전환과 이란 핵협상 타결 가능성이 겹친다.

김 연구원은 "이란 핵협상은 최종 단계에 들어섰다"며 "이란의 원유 수출이 허용된다면, 이란은 단기간 내 최대 130만b/d 만큼의 원유수출량을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2014년과의 차이점은 원유 공급과 달러를 꼽을 수 있다고 밝혔다. 2014년 미국과 기타국가들의 통화정책 격차로 달러는 초강세 흐름을 보였고, 이로 인해 원유의 투기적 자금이 급감한 바 있다. 2014년엔 미국의 셰일혁명으로 인해 OPEC은 증산을 통한 치킨 게임을 했지만 과거 유가 하락을 경험한 셰일업체들의 생산증대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이고, OPEC도 점진적으로 증산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풀이했다.

김 연구원은 따라서 "2014~2016년과 같은 급격한 유가 하락이 나타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아직까지 우크라이나 리스크가 지속 중이지만 현재 시점에서의 에너지 투자는 부담스럽다"고 진단했다.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러우전쟁, 에너지발 인플레 압력 강화 가능성...원유 급등 기대와 한계이미지 확대보기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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